[프라임경제] 국내 철강업계가 삼중고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무차별 공세, 미국에 이어 내달 1일부터 본격화하는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그리고 탄소중립 전환 부담까지.
올해를 실적 회복의 원년으로 삼으려 했던 업계의 청사진은 흔들리고 있다. 일명 'K-스틸법' 시행으로 한 줄기 빛이 들어왔지만, 전기요금 부담이라는 '구멍'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은 상태다.
이 구멍을 막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인물이 있다.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를 맡으며 K-스틸법 제정을 이끈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최근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철강 지원 2라운드'에 나섰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 이상휘 의원실
다음은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관세 폭탄에 이어 EU에도 높은 관세를 물게 될 상황에 놓였다. 현재 우리 철강업계 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 국내 철강업계는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통상 압박과 산업 전환 부담이 동시에 몰려온 복합 위기 상황에 높여 있다. 미국의 관세 부담이 이미 수출 경쟁력을 압박하는 가운데 EU까지 철강 수입 쿼터를 줄이고 초과 물량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우리 철강업계의 핵심 수출 시장인 만큼, 양대 시장의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 매출을 넘어 국내 생산, 고용,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과정에서 EU 측에 한국산 철강의 무관세 쿼터를 최대한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부의 노력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확보 물량이나 기업 부담 완화 효과가 명확히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글로벌 공급 과잉, 내수 부진, 원료비와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쳐 있다. 특히 포항과 같은 철강 중심 도시는 철강 산업의 어려움이 협력업체와 지역 소상공인에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K-스틸법을 통해 철강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행에 나서야 한다. 통상 대응, 전기요금 부담 완화, 저탄소 전환 지원 등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 업계 현장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애로가 흘러나오는지.
"현장의 어려움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팔 곳은 줄어드는데 만들수록 비용 부담은 커진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과 EU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우려도 크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문제도 심각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난 저가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면 국내 기업들은 원가 이하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보다 중소 철강사와 가공업체들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
전기요금 부담도 큰 문제다. 철강 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고, 앞으로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도입 등 저탄소 전환을 추진하려면 전력 사용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장의 요구는 분명하다. 규제와 부담은 현실이 됐는데, 지원은 아직 충분히 체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
- K-스틸법이 최근 시행됐다. 업계의 여러 위기를 타개할 장기적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K-스틸법은 대한민국 철강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그동안 철강 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핵심 기반이었지만, 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별도의 종합 지원체계는 부족했다.
최근처럼 보호무역, 탄소 규제, 저가 수입재, 에너지 비용 부담이 동시에 밀려오는 상황에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K-스틸법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별 정책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고도화, 철스크랩 활용 등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과 실증,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셋째, 철강 특구 지정과 인프라 지원의 길을 열었다. 철강 산업은 기업뿐 아니라 산업단지, 항만, 물류, 전력, 수소 공급망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저탄소 철강 인증과 공공조달, 불공정무역 대응 등 시장 창출과 보호 장치도 담았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 그동안 전기요금 부담 완화 목소리가 컸다. 이를 위한 후속 입법 소식을 들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K-스틸법이 철강 산업 지원의 큰 틀을 만든 법이라면, 이제는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가 전기요금 부담 완화다.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은 오히려 전력 사용량을 늘리는 측면이 있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저탄소 공정 전환은 모두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저탄소 설비 투자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철강 기술을 사용하는 철강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저탄소 철강 기술을 사용하는 철강산업용 전기에 대해 요금 감면이 가능한 선택공급약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철강 제조 전기에 대해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탄소중립은 국가 전체의 목표다. 그렇다면 그 비용을 기업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후속 입법은 철강기업에 대한 단순 혜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 기반과 지역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 앞으로도 국회에서 할 노력과 우리 철강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총평한다면.
"철강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다. 철강이 흔들리면 제조업 전체가 흔들리고, 제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먼저 K-스틸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꼼꼼하게 챙기겠다. 법은 통과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시행령 등 하위 법령들이 정비된 만큼, 실제 기업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계속 점검하겠다.
또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철강업계가 절실히 요구하는 과제들이 관철될 수 있도록 후속 입법과 예산 지원을 살피겠다. 수소환원제철과 저탄소 철강 전환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국가 차원의 장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상 대응도 강화해야 한다. 미국, EU 등 주요 시장의 관세와 쿼터 문제에 대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하고, 국회도 산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힘을 보태겠다.
우리 철강업계도 범용재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강재, 저탄소 철강, 에너지·방산·조선·미래 인프라용 특수강 등 기술 경쟁력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나는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로서 여야를 떠나 철강 산업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계속 힘을 모으겠다. 포항과 대한민국 철강 산업이 위기를 넘어 글로벌 저탄소 철강 경쟁을 선도할 수 있도록 입법과 예산, 정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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