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차철남(56)이 2025년 5월 27일 경기도 시흥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 4명을 칼로 찌르고 해할 수 있는 등 내 마음속에 있던 것을 모두 다 순조롭게 이룰 수 있는 것은 내가 영적인 부분이 있어 그런 것이다. 저는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너무 순조롭게 이루어져서 이거야말로 모세의 기적이 아니겠냐."
경기도 시흥에서 중국 동포 지인 형제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평소 알던 이웃 2명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른 차철남이 수사 기관에 한 진술이다.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발언은 사건의 끔찍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0년 지기 지인과 이웃의 목숨을 앗아가고 위협한 차철남에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지난 2월 12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밥값 안 내고 수리비 요구한 10년 지기… 망치와 빙초산으로 돌아온 원한
범행은 차철남의 분노와 배신감에서 출발했다. 차철남은 10여 년간 가깝게 지낸 A씨와 B씨 형제가 자신을 경제적으로 이용만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A씨가 3000만 원가량을 빌려 가고도 갚지 않았고, 만날 때마다 식사비도 늘 차철남의 몫이었다.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 모친의 납골당에 동행하며 비용을 자신이 냈는데, B씨가 세차비까지 요구하자 범행을 결심했다.
그의 범행 수법은 치밀하고 잔혹했다. 차철남은 수면제를 탄 숙취해소제를 A씨에게 먹인 뒤, 숨겨둔 망치로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분이 풀리지 않은 그는 깨진 맥주잔 조각을 A씨의 입에 넣고, 고춧가루와 빙초산을 들이붓기까지 했다. 직후 B씨를 찾아간 그는 수면제를 탄 유산균 음료를 먹인 뒤 똑같이 망치로 살해했다.
"방 빼라" 10년 전 말 한마디에… 이웃 향한 화풀이성 '살인 미수'
두 사람을 살해하고 B씨의 차량을 훔쳐 달아난 차철남은 이틀 뒤 수사기관의 검거가 임박했다고 느꼈다. 그러자 평소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한 이웃들까지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차철남은 과거 "방을 언제 빼냐"고 물어봐서 앙심을 품고 있던 편의점 주인 C씨를 찾아가 흉기로 복부와 얼굴을 찔렀다.
이후 벽간소음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평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집주인 D씨를 탁구장에서 만나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다행히 두 피해자는 응급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차철남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을 향해 "저 덕분에 큰 공을 세운 것"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살인 범행 이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원수를 갚은 상황이라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죽였기 때문에 속 시원하고 편안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사형" 구형… 재판부는 "무기징역 확정"
검찰은 "사실상 별다른 이유 없이 무차별적인 살인행위를 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무기징역이었다.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종기)는 "살해 방법이 매우 잔혹하고 기이하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사형이 생명을 박탈하는 예외적이고 궁극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번 사건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극단적인 무차별 범죄나 다른 중대 범죄가 결합된 살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과거 사형이 확정된 다른 흉악 범죄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사형을 선고할 만한 분명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에게 사형 이외의 형벌로서 가장 중한 무기징역형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 평생 참회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원심의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참고] 수원고등법원 제3형사부 2025노1768 판결문 (2026. 2. 1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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