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 전역이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을 맞아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멕시코에 0-1로 무릎을 꿇었지만, 3차전 승리를 향한 기대는 오히려 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성못 상화동산에는 오전부터 30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도 수백 명이 전광판 앞을 가득 메웠다. 뮤직앤비어 페스티벌 주최 측이 경기 관람용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자 붉은 티셔츠 차림의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경기 초반 양 팀이 조심스럽게 기선을 엿보는 동안 관중들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열기가 점차 고조되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에 박수와 탄성이 쏟아졌다. 전반 15분경 손흥민 주장이 결정적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타까움을 쏟아내는 시민들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등줄기가 땀으로 흥건해졌지만 응원 대열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학생 김민우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응원 장소를 수소문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이 승리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이번엔 다를 거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아들 손에 이끌려 나온 84세 김 모 씨는 "손흥민 파이팅! 꼭 이겨달라"며 활짝 웃었다.
후반 5분 자책골이 터지는 순간 상화동산 일대는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응원의 함성은 끝까지 이어졌고, 막판 조규성의 헤딩슛이 빗나갔을 때는 탄식이 현장을 가득 메웠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질 경기가 아니었다", "3차전은 반드시 잡는다", "남아공전에도 다시 모이자"라며 아쉬움을 달래는 대화가 오갔다.
영남이공대학교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멕시코·네팔·몽골·미얀마·베트남·잠비아·콩고민주공화국·키르기스스탄 등지에서 온 7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교직원이 강의실에 모였다. 국적을 초월해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를 함께 즐긴 것이다. 멕시코 출신 학생들은 자국 대표팀 승리에 환호를 터뜨렸고, 다른 유학생들도 득점 기회가 날아갈 때마다 탄식을 쏟아냈다.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체육 시간을 활용해 단체 응원에 나섰다. 대형 스크린에 눈을 고정한 아이들은 찬스가 만들어질 때마다 손뼉을 치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득점이 무산될 때면 옆 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저었다. 학부모 조혜경(46)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 같다"며 "집에서 볼 때보다 훨씬 신나했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차전에 이어 거리 응원 명소로 자리 잡은 북구 칠곡시장도 인파로 북적였다. 치킨과 맥주를 장만해 경기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고, 페이스페인팅 부스 앞에는 짧은 줄이 늘어섰다. 관람석은 전 경기보다 100석 늘어난 250석 규모로 확대됐다. 7세 아들과 함께 온 정 모(37) 씨는 "4년 만의 월드컵인데 유치원 하루 빠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후반 내내 목청껏 응원한 시민들은 패배 확정 후에도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상인들 얼굴에는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가 묻어났다. 김밥·국수·치킨 등 준비에 분주했던 상인회장 최숙희 씨는 "체코전 때 매출이 30% 뛰었다"며 "오늘도 시장 전체에 활기가 넘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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