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인천 송도의 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 미스터리가 인근 요양병원의 허술한 의료폐기물 관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애초 우려됐던 강력범죄 혐의점은 벗었으나, 정식 수술실조차 없는 요양병원의 일반 병실에서 ‘가위’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충격적인 진술이 나오며 보건당국과 경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와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송도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발견된 다리는 인천 중구 소재 A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80대 여성 환자 B씨의 신체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심장 기능 저하에 따른 혈액순환 장애로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다.
B씨는 앞서 입원했던 대형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소견을 받고 퇴원해야 했으나, 위중한 상태 탓에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가족들이 애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족들의 간곡한 부탁 끝에 지난 1일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쟁점은 해당 병원의 수술 정황이다. 해당 병원은 신경외과와 외과 의사가 각 1명씩 상주하고 있으나, 별도의 정식 수술실은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은 지난 8일 수술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다리를 절단했다고 시인했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이미 괴사가 심해 다리에 고름이 가득 찼고 신경이 모두 손상돼 마취가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며 “다리를 들어 올리자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돼있었고, 연결된 뒷부분만 가위로 절단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사전 동의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절단된 다리가 재활용 센터까지 흘러 들어간 경위도 윤곽이 잡혔다.
병원 측은 절단된 신체를 붕대로 감싸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보관했으나, 이튿날인 9일 병원에서 청소하던 60대 자원봉사자가 이를 일반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이 자원봉사자가 봉투를 들고 나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자원봉사자는 딱딱하게 괴사한 채 붕대에 감긴 다리를 ‘수술 후 떼어낸 석고 깁스’로 오인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초기 진술 과정에서 절단된 신체를 ‘마네킹’으로 오인했다는 병원 측 해명에 대해선 논란이 어느 정도는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폐기물 처리와 관련, 병원 측의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인체 조직물은 ‘조직물류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밀폐된 전용 용기에 담아 허가업체를 통해 소각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의료 인력이 아닌 일반 자원봉사자가 감염성 폐기물 용기에 손을 댄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업장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거나 부적정하게 처리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당초 경찰은 지난 10일 오후 2시28분께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사람의 왼쪽 다리가 타살 등 범죄와 연관돼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총경급 인사가 지휘하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광역수사대 인력까지 더해 총 100여명을 투입했다. 다리 길이(41cm)와 발 크기(210~220mm) 등을 근거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범죄에 휘말렸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으나, 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 신장 161~165cm 추정 성인 여성으로 밝혀지며 방향을 전환했다.
강력범죄 혐의점은 일단락됐으나 ‘의료법 및 폐기물관리법 위반’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법상 요양병원은 수술실 설치 의무가 없으나, 감염 관리가 필수적인 신체 절단 처치를 일반 병실에서 가위 등을 이용해 시행한 것이 정상적인 의료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안이 ‘품위 손상 등 비도덕적 진료 행위’ 및 ‘의료기관 감염 관리 기준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조사를 요청했다. 환경부 역시 사업장 폐기물 불법 투기 혐의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경찰 또한 강력 사건 수사본부를 전담반 체제로 전환하고, 수술실 없는 환경에서 절단이 이뤄진 경위와 폐기물 유출 과정 전반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과 의료인 면허 정지 등 고강도 행정 처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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