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로 꼽히는 유리기판 개발 성과를 공개하면서 국내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와 SKC, LG이노텍 등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수년간 투자해 온 시장에 TSMC가 본격 진입하면서 향후 AI 반도체 패키징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공급망에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용 유리기판 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일본 기판 업체 이비덴과 대만 패널 업체 이노룩스가 공동으로 검증에 참여했으며 차세대 AI 반도체 패키징에 유리기판을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 결과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CoWoS는 GPU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여러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집적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TSMC, 대형 AI 패키지 검증 결과 첫 공개
TSM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리기판 적용 시 패키지 공면성(COP)은 기존 대비 16% 개선됐고 열팽창계수(CTE)는 19% 감소했다. 유효 탄성계수는 31% 향상됐으며 전력 무결성 측면에서도 저항은 27%, 인덕턴스는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반도체가 대형화될수록 발생하는 기판 휨 현상과 열 변형, 전력 공급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TSMC는 대형 AI GPU 패키지 수준인 85×110㎜ 크기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유리기판의 대표적 약점으로 꼽히는 균열과 박리 현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TSMC가 그동안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유리기판 개발 현황을 전격 공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연구 단계를 넘어 고객사 인증과 양산 검증 단계 진입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리기판 분야는 인텔과 삼성전기, 앱솔릭스, LG이노텍 등이 주도하는 구도로 인식돼 왔다"며 "TSMC가 직접 성과를 공개했다는 것은 차세대 AI 패키징 경쟁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술보다 생태계"... 대만 중심 표준 구축 우려
시장에서는 기술 경쟁보다 생태계 경쟁에 더 주목하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 대부분이 TSMC 패키징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만약 TSMC가 유리기판까지 공급망 안에서 검증하고 상용화할 경우 향후 AI 패키징 표준이 대만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패키징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이비덴, 이노룩스와 함께 유리기판 검증을 진행했다는 것은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공급망 구축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인증까지 이어질 경우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결국 고객사 인증과 생태계 확보가 중요한 시장"이라며 "TSMC가 패키징 분야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급망을 선점할 경우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삼성전기·SKC·LG이노텍도 상용화 '속도전'
국내 기업들도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유리 패키지기판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고객사 평가를 거쳐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글로벌 AI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 역시 구미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며 2027~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TSMC의 시장 진입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이 유리기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시장 개화와 생태계 확대를 가속화하는 신호"라며 "현재는 특정 기업의 진입 자체보다 시장 전체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유리기판은 아직 초기 시장으로 고객사 인증과 양산 기술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단계"라며 "AI 반도체가 대형화될수록 유리기판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 반도체 산업단체 SEMI와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용 유리기판이 2028년께 초기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시장의 2028~2040년 연평균 성장률은 67.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패키지 대형화 추세가 이어질수록 유리기판을 둘러싼 글로벌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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