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는 과일 수박을 먹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에 빠지곤 한다. 입안에 걸리적거리는 까만 씨를 일일이 뱉어내자니 번거롭고, 그렇다고 꿀꺽 삼키자니 어릴 적 어른들이 장난삼아 던지던 “배 속에서 수박이 자란다”는 농담이 떠올라 찜찜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박씨는 몸에 해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슈퍼푸드'로 소개될 만큼 각종 영양소가 가득 들어찬 보물 같은 존재다. 수천 년 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이미 식용으로 널리 쓰였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여름철을 맞아 매번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던 수박씨의 장점과 올바르게 먹는 요령, 그리고 함께 알아두면 좋은 과일 씨 상식을 지금부터 알아본다.
고기만큼 풍부한 단백질과 마그네슘
수박씨는 식물성 단백질이 가득 들어찬 영양 덩어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박씨의 효능으로 성장 발달, 성인병 예방, 노폐물 배출, 피부미용 등을 꼽았다. 실제로 잘 말린 수박씨 한 줌에는 웬만한 견과류보다 높은 수준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특히 근육을 만들고 기운을 돋아주는 성분인 아르지닌이 수박의 빨간 속살보다 무려 73배나 많이 들어있어 성장 발육과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와 더불어 수박의 마그네슘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 분비를 도와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불면증을 달래주고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도 좋은 신호가 된다. 여기에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 성분이 넉넉히 들어있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성인병을 막아주며, 피부를 맑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삼키면 헛수고, 올바르게 섭취하는 법
아무리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도 수박씨를 그냥 꿀꺽 삼키면 소용이 없다. 씨앗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껍질은 사람의 위장에서 소화되지 않는 단단한 성분이라, 씹지 않고 삼키면 영양소가 몸에 흡수되지 못한 채 그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드물게 씨앗을 가공하지 않고 통째로 너무 많이 삼킬 경우,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 등이 위장 안에서 딱딱하게 뭉쳐 위장관을 막아버리는 장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안전과 영양 흡수를 모두 잡으려면 이빨로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수박씨를 따로 모아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바짝 말려 프라이팬에 볶는 것이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 달달 볶아내면 호박씨나 해바라기씨처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나 훌륭한 주전부리가 된다.
수박을 먹을 때 과육과 씨를 한데 모아 믹서기에 통째로 갈아서 시원한 주스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씨앗에 식이섬유가 많아 평소 위장이 약한 사람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속이 더부룩할 수 있으므로 하루 한 컵 정도만 먹는 것이 현명하다.
참외와 포도, 석류, 키위씨는 안심하고 먹기
수박씨 말고도 안심하고 먹어도 되며, 오히려 신체에 도움을 주는 과일 씨들은 많다. 참외씨는 칼륨과 인 같은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 예방에 탁월하다. 특히 참외씨가 붙어있는 흐물흐물하고 달콤한 부분을 '태좌'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참외 흰 과육보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 함량이 무려 5배나 많으므로 긁어내지 말고 함께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포도씨는 세포가 늙는 것을 늦춰주고 뇌 건강을 지켜주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품의 원료로도 자주 쓰인다. 석류를 먹을 때 입안에 남는 단단한 씨앗 역시 칼륨과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므로 뱉지 않고 꼭꼭 씹어 삼키거나 스무디로 갈아 마시면 좋다. 키위 속에 콕콕 박힌 수많은 작은 까만 씨앗도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복숭아, 사과, 덜 익은 매실 등 절대 먹으면 안 되는 독성씨
반대로 절대 삼켜서는 안 되는 위험한 과일 씨도 있으므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과씨다. 사과 씨앗에는 시안화합물이라는 독소가 들어있는데, 이 자체는 해롭지 않지만 사람 몸속 효소와 만나 분해되면 피부나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독소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두통, 현기증, 불안, 구토 등이 생길 수 있다. 가끔 실수로 몇 개 먹는 것은 괜찮지만, 건강 즙을 낸다며 사과를 씨까지 통째로 갈아 매일 마시는 행위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복숭아씨나 살구씨, 자두씨, 체리씨 같은 단단한 핵과류 씨앗 역시 절대 섭취하면 안 된다. 특히 매실의 경우, 덜 익은 청매실 상태일 때는 씨앗뿐만 아니라 푸른 과육 자체에도 이 독성 물질이 들어있어 날것으로 먹으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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