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수출 규제를 어기고 중국에 반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ASML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일련의 회의에서 ASML 고위 임원들에게 EUV 노광장비 1대가 중국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EUV 노광장비는 삼성전자·TSMC 등이 첨단 반도체 양산에 사용하는 핵심 설비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돼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EUV에 더해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ASML이 EUV 노광장비 부품과 이송 장비를 중국에 수출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 출처 보호를 이유로 증거 공개는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ASML이 단기 수익을 안보보다 앞세우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KLA·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는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보다 수출 통제가 느슨해 자국 기업이 역차별받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ASML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 대변인은 "중국에 EUV 노광장비는 물론 EUV 전용 부품·모듈·장비를 수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전 세계 가동 중인 EUV 노광장비 314대를 전수 추적하고 있으며 중국 내에는 1대도 없다는 것이다.
EUV 노광장비는 스쿨버스 크기로, 이동 시 자동 감지 시스템이 작동해 ASML 개입 없이는 반출이 불가능하다고 ASML은 강조했다.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4년 1∼2분기 49%로 정점을 찍은 뒤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로 지속 하락해 올해 1분기에는 19%까지 떨어졌다. ASML은 올해 전체 중국 매출 비중을 2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의혹 제기는 중국의 독자 EUV 및 첨단 반도체 개발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2월 ASML 출신 엔지니어들이 중국에서 EUV 장비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시제품을 완성해 테스트 중이며, 이르면 2028년 이를 이용해 칩 생산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도 지난달 EUV 없이 독자 '로직폴딩' 기술로 2031년까지 1.4나노미터(nm) 칩 양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무어의 법칙을 대체해 신호 전달 시간을 줄이는 '타우 법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화웨이와 SMIC는 EUV 대신 레이저 유도 방전 플라즈마(LDP) 기술을 활용한 독자 EUV 개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V 없이 첨단칩 양산에 성공할 경우 서방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전략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갈등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불거져 추가 파장이 우려된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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