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전세계 시가총액 1위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GE와 함께 시총 상위권을 유지한 곳들은 엑손모빌, 마이크로소프트(MS), 시티그룹, 월마트 등이었다. 제조업체와 석유기업, 그리고 유통, 금융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던 시절이다.
올해 글로벌 시총 순위는 전세계 산업 판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글로벌 시총 톱15는 반도체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로 확 바뀌었다. 특히 톱15 안에 반도체 기업만 6개가 포함되는 등 AI발 반도체 호황이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나란히 비트코인을 제치며 글로벌 자산 순위 상위권에 안착했다.
19일 글로벌 자산 및 기업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1조2610억달러로 글로벌 자산 순위 17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금과 은 등을 포함한 전체 자산 기준이다.
지난 18일 주가 급등으로 국내 반도체 양대기업의 시총 순위는 비트코인을 추월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조5740억달러로 12위에 자리했다. 삼성전자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격차는 약 3130억달러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비트코인을 추월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약 1조3180억달러로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주가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비트코인과의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존재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기업은 6곳에 달했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5조1030억달러로 글로벌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가치를 기록한 가운데 TSMC(2조3960억달러), 브로드컴(1조9570억달러), 마이크론(1조2780억달러)이 1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기반의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도 상위권에 속속 포진했다. 알파벳(구글·4조4830억달러), 애플(4조376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2조8180억달러), 아마존(2조6280억달러), 메타(페이스북·1조4650억달러) 등이다. 반도체와 하이퍼스케일러 외에는 스페이스X가 2조4370억달러로 상장 후 단숨에 8위에 올랐고, 테슬라(1조5040억달러)도 13위를 기록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반도체 산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역사적으로 글로벌 시총 상위권을 장악했던 정유기업은 아람코(1조7090억달러) 한 곳만 이름을 올렸다. 금융 밑 투자기업 중에는 버크셔해서웨이(1조550억달러)가 유일했다.
국내 반도체주의 질주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처음으로 270만원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장중 280만원을 넘어서는 등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가 급등세에 힘입어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역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도체주 강세는 국내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가 '9천피' 시대를 연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20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합계는 8125조54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총합이 8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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