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변화 대응력 세계 3위인데 기업개방은 37위… 산업정책, 기업 환경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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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변화 대응력 세계 3위인데 기업개방은 37위… 산업정책, 기업 환경부터 개선해야

뉴스로드 2026-06-19 13:21: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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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WPP가 발표한 ‘2026 베스트 컨트리스 인덱스’에서 한국은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민첩성은 3위, 문화적 영향력·기업가정신·국력은 각각 6위에 올랐지만 기업개방성은 37위, 사회적 목적은 35위, 삶의 질은 24위에 머물렀다. 산업과 문화의 실행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기업환경과 사회적 신뢰, 생활여건이 국가 경쟁력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료=와튼스쿨·WPP]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WPP가 발표한 ‘2026 베스트 컨트리스 인덱스’에서 한국은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민첩성은 3위, 문화적 영향력·기업가정신·국력은 각각 6위에 올랐지만 기업개방성은 37위, 사회적 목적은 35위, 삶의 질은 24위에 머물렀다. 산업과 문화의 실행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기업환경과 사회적 신뢰, 생활여건이 국가 경쟁력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료=와튼스쿨·WPP]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다. 문화적 영향력과 기업가정신, 국력도 각각 세계 6위다. 그러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받아들여지는 순위는 37위로 밀린다. 삶의 질은 24위, 사회적 목적은 35위다. 공장과 기업은 세계 정상급인데, 기업과 인재가 활동하는 국가의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데이비드 레이브스타인 교수와 글로벌 마케팅그룹 WPP의 브랜드 분석조직 BAV가 작성한 ‘2026 베스트 컨트리스 인덱스’와 세계은행의 정책연구보고서 ‘21세기 개발을 위한 산업정책’을 19일 종합 분석한 결과다.

두 보고서는 성격이 다르다. 베스트 컨트리스 인덱스는 실제 규제 건수나 세율을 측정한 국가경쟁력 지수가 아니다. 2025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3개국의 기업 의사결정자와 일반인 1만5131명에게 85개국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물었다. 73개 속성을 민첩성, 기업가정신, 문화적 영향력, 기업개방성, 국력, 삶의 질 등 10개 분야로 묶었다. 이 인식은 관광뿐 아니라 무역과 투자, 인재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보고서의 전제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국가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의 작동 원리를 분석한다. 183개국의 국가발전계획과 60개국 이상의 정책 사례를 토대로 보조금과 관세, 공공조달, 산업단지,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등 15개 산업정책 수단을 비교했다.

한 보고서는 한국이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고, 다른 보고서는 한국의 성장방식이 어떤 성과와 부작용을 남겼는지를 해부한다. 두 자료를 한데 놓으면 한국 산업정책의 약점이 드러난다. 한국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국가 전체의 신뢰와 투자 매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와튼스쿨은 한국의 종합 순위는 85개국 가운데 13위였다. 일본은 2위, 미국은 11위, 중국은 14위였다. 한국은 미국에 1.6점 뒤졌고 중국에는 1점 앞섰다. 일본과는 11점 차이가 났다.

한국의 강점은 속도와 실행력이었다. 민첩성은 99.4점으로 미국에 이어가는 3위였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하는 ‘무버스’는 7위였다. 문화적 영향력과 기업가정신, 국력은 각각 6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배터리, 방산에 K팝과 드라마까지 결합하면서 생산력과 문화, 안보 능력을 동시에 가진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업개방성은 37위, 삶의 질은 24위, 사회적 목적은 35위, 역사·전통은 27위였다. 세계가 한국을 빠르고 강하며 창의적인 나라로는 보지만, 사업과 생활을 장기간 맡길 만큼 편하고 예측 가능한 나라로 평가하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일본의 민첩성은 8위, 국력은 9위로 한국보다 낮았다. 그러나 기업가정신 3위, 문화적 영향력 3위, 역사·전통 8위, 삶의 질 14위로 분야 간 격차가 작았다. 일본은 산업 역량을 품질과 생활환경, 문화와 제도에 대한 신뢰로 확장했다. 한국은 산업의 속도는 일본을 앞섰지만 국가 전체의 균형에서는 뒤졌다.

미국과 중국은 규모로 약점을 덮을 수 있다. 미국은 민첩성과 국력에서 1위, 기업가정신에서 2위였지만 기업개방성은 72위, 삶의 질은 27위였다. 중국은 국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각각 2위였지만 사회적 목적은 54위, 삶의 질은 26위였다.

미국은 28조달러가 넘는 내수시장과 기축통화, 세계 최대 자본시장을 갖고 있다. 중국은 14억명에 이르는 인구와 거대한 제조 생태계, 국가금융을 동원할 수 있다. 기업환경이나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낮아도 시장 규모 자체가 투자를 끌어들인다.

한국은 다르다. 인구 5100만명의 수출국가는 세계 기업과 인재가 한국을 선택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처럼 시장의 크기로 규제와 비용을 상쇄할 수 없다. 같은 제도적 불확실성이라도 한국 경제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다.

세계은행은 산업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결정하는 조건으로 국내시장 규모, 정부의 집행 역량, 정책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재정 여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처럼 세 조건을 모두 가진 대국은 관세와 생산보조금, 현지조달 의무, 소비보조금, 공공조달 등 거의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 정부 집행력과 산업기반, 재정 접근성에서는 선진국에 속하지만 내수시장 규모에서 미국·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한국이 이들과 보조금 액수로 맞붙으면 같은 돈을 쓰고도 확보하는 시장은 작다. 미국과 중국이 할 수 있는 산업정책과 한국이 해야 하는 산업정책이 같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산업정책의 성공 경험 때문에 오히려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세계은행은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추진된 한국의 중화학공업 정책을 산업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다시 평가했다.

당시 정부는 특정 제품 한두 개가 아니라 철강과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자본집약 산업군 전체를 지원했다. 외국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웠던 기업에 정부가 외화대출을 보증하고, 고율 관세가 붙던 자본재를 낮은 비용으로 들여오도록 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정책으로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산업정책이 없었을 때보다 약 3%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의 신용보증 비용은 1973~1979년 연평균 국내총생산의 0.4%, 누적으로 2.4%였다. 장기적으로 발생한 경제적 편익이 비용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성과가 바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전체 편익의 3분의 2는 정책 시행 후 첫 10년이 지난 뒤에 발생했다. 공장에서 제품을 반복 생산하면서 기술과 숙련이 축적되는 ‘학습효과’가 뒤늦게 생산성으로 이어졌다. 산업정책을 3년이나 5년 단위의 단기 성과로만 판단하면 장기 편익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한국의 중화학공업 정책을 성공 신화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지원받은 산업의 매출과 수출, 고용은 늘었지만 자본과 인력이 생산성이 낮은 신규 기업으로 흘러간 사례도 확인됐다.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경공업과 중간 규모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중화학공업보다 두 배 빨랐다는 연구도 소개됐다.

산업정책은 한국 성장의 한 축이었지만 교육과 저축, 수출시장 개방, 거시경제 안정이 없었다면 작동하지 못했다. 세계은행도 당시 정책이 한국 성장에 충분한 조건이었거나 반드시 필요했던 정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 정책은 그대로 복제할 수도 없다. 1970년대에는 외화대출과 자본재 수입 자체가 정부가 배분할 수 있는 희소자원이었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큰 재정부담 없이 혜택을 줄 수 있었다.

지금은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장비를 수입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투자세액공제나 현금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과거에는 규제를 선택적으로 풀어 산업을 키웠지만 지금은 세금을 직접 써야 한다. 한국의 옛 성공은 새로운 보조금 확대의 면허증이 될 수 없다.

세계은행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2017~2019년 중국은 산업정책에 연간 국내총생산의 약 1.5%, 한국은 0.7%, 미국은 0.4%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은 2023년 기준 지출이 국내총생산의 약 4%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이 중국과 같은 비율을 지출하더라도 총액은 중국을 따라갈 수 없다. 미국은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지급한 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조건으로 기업의 현지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 미·중의 보조금을 그대로 모방하는 순간 규모의 열세를 국가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한국의 기회는 보조금 경쟁의 반대편에 있다. 세계은행은 2013~2020년 미국 전기차산업에 지급된 보조금으로 발생한 소비자·기업 편익 가운데 북미가 가져간 몫은 약 49%였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한국의 배터리 공급기업이 생산 규모를 키우고 비용을 낮추면서 전체 편익의 37%를 가져갔다.

미국이 세금을 썼지만 상당한 학습효과는 한국과 일본 기업에 축적됐다. 산업정책의 비용을 부담한 국가와 기술·생산성의 편익을 가져간 국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정책은 미국과 중국이 뿌리는 보조금까지 국내 산업의 학습자본으로 끌어오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최종 조립은 미국과 유럽의 수요지에 두더라도 핵심 소재와 장비, 공정기술, 연구개발, 지식재산권은 국내에 남기는 방식이다. 해외공장을 국내 생산의 대체재가 아니라 한국 기술을 확산하는 판매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생산시설의 국내 유치 건수만으로 정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의 조선산업 사례에서 신규 진입을 지원한 보조금은 수많은 소규모·저생산성 기업을 만들어 매출을 늘리는 데 가장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평가됐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신규 진입을 막고 기존 기업의 생산과 투자 지원으로 방향을 바꿨다.

태양광산업에서도 생산보조금만 지급한 지역보다 연구개발 보조금을 함께 제공한 지역에서 생산량과 혁신, 기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공장 수를 늘리는 보조금보다 공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게 하는 보조금이 효과적이었다는 의미다.

한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방산, 바이오, 인공지능을 지원할 때도 투자금액과 공장면적, 고용인원만 따져서는 안 된다. 수출과 생산성, 국내 부가가치, 연구인력 축적, 협력업체 기술 이전, 특허와 국제표준 획득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지원금을 많이 받은 기업이 아니라 지원 후 보조금 없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성과를 인정받아야 한다.

일본이 주는 교훈도 보조금 액수에 있지 않다. 세계은행은 일본 통상산업성의 성공 요인으로 소수 정예의 관료조직과 정치·이익집단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꼽았다. 통상산업성은 금융과 무역, 에너지, 세제 정책을 함께 조정했지만 지원받은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했다.

국내 경쟁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수출시장에서 성과를 검증받게 해 혁신 유인을 유지했다. 기업을 보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세계시장을 심판대로 사용한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제도적 자산이 있다. 세계은행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사례를 들어 역량이 높은 직원이 수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고, 수출지원이 특정 해외시장을 전략적으로 겨냥했다고 평가했다. 산업정책의 성패는 예산 총액보다 어느 시장을 뚫을지 판단하고 기업을 연결하는 공무원과 전문기관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다음 산업정책은 ‘유망기업을 골라 돈을 주는 정책’에서 ‘산업의 병목을 찾아 없애는 정책’으로 이동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과 냉각설비, 반도체에 필요한 용수와 전문인력, 방산수출에 필요한 금융과 정비망, 바이오산업에 필요한 임상·허가 인프라가 해당한다.

세계은행은 산업별 인력 양성과 시장진출 지원, 시험·인증·측정체계 같은 품질 인프라를 정부가 제공해야 할 공공투입으로 분류했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전하는 보조금보다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부족한 희소자원도 바뀌었다. 1970년대의 희소자원은 외화와 설비였다. 지금의 희소자원은 전력망 연결 시점, 인허가 일정, 전문인력, 국제표준, 수출금융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본을 배분하는 데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로 이동했다. 기업은 투자비가 비싸도 예상할 수 있으면 투자한다. 전력이 언제 들어오는지, 허가가 언제 끝나는지, 세제가 언제 바뀌는지 알 수 없으면 보조금이 있어도 투자를 미룬다.

와튼스쿨의 기업개방성 37위는 한국의 규제 수준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기업인과 시민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 세계 3위의 민첩성이 기업의 투자 과정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산업정책의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장기 학습효과가 중요한 산업에 획일적인 3년 일몰제를 적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너무 일찍 끊을 수 있다. 반대로 장기효과를 명분으로 지원을 무기한 연장하면 정치권과 기존 기업의 이해관계에 붙잡힌다.

해법은 자동 종료도 영구 지원도 아니다. 3년마다 생산성·수출·기술축적 목표를 점검하고 목표를 통과한 사업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건부 재승인’이 필요하다. 기업에는 장기투자에 필요한 예측 가능성을 주되 성과가 없는 지원은 중단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세계의 자본을 끌어당기는 시장도, 중국처럼 손실을 장기간 흡수하는 국가금융도 없다. 대신 빠른 정책 집행과 수출기업, 정밀한 공급망,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한국의 산업정책은 미국과 중국의 축소판이 아니라 양국의 자본과 시장을 한국의 기술축적으로 전환하는 체계가 돼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민첩한 산업국가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다. 그 속도가 기업의 투자와 국민의 삶, 해외 인재의 선택으로 연결되지 않는 데 있다. 공장 안의 생산성만 높이는 산업정책으로는 국가 순위를 바꾸기 어렵다. 전력과 인재, 규제와 표준, 생활환경을 함께 바꿔야 산업의 힘이 국가의 가치가 된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산업정책은 공공기관과 공공투입, 기업 인센티브, 거시경제 개입을 신중하게 조합해야 한다”며 “정부가 손을 뻗는 범위가 실제 집행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 산업정책은 성장의 수단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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