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가 타인의 일러스트를 AI로 수정해 표지로 사용했다가 삭제했다. / AI 생성 이미지
웹소설 공모전에 참가 중인 작가가 타인의 일러스트를 AI로 수정해 표지로 사용했다가 뒤늦게 자진 삭제했다. 수익이 전혀 없었고 즉시 시정했지만, 법적 책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남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수익이 없어도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만, 영리 목적이 없었다면 원작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별개로, 공모전 수상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수익 없어도, 바로 내려도…'저작권 침해'는 성립
웹소설 작가 A씨는 최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터넷에서 찾은 멋진 일러스트를 AI 프로그램으로 약간 수정해, 자신이 무료로 연재하는 소설의 표지로 잠시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뒤늦게 원작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표지를 내렸지만, '혹시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A씨처럼 상업적 이득 없이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전문가들은 수익이 없고 즉시 시정했더라도 저작권 침해 자체는 성립한다고 분명히 했다. 정락수 법률사무소의 손수정 변호사는 "해당 일러스트에 창작성이 인정되어 저작권성이 있고, 작가님께서 그 창작성이 인정된 부분을 소설표지로 사용하였다면, 비록 상업적 수익 창출의도 없이 소설표지로 사용하셨다고 하더라도 그 일러스트 수정물을 표지로 업로드한 즉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진의 민상빈 변호사 역시 "무료 연재이고 수익이 없으셨더라도, 또 자진해 내리셨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침해 자체가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미리 헤아려 두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AI를 이용한 수정 행위 자체도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렵다. 클로저 법률사무소의 이태준 변호사는 "AI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원저작권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고소' 없으면 처벌도 없다…'친고죄'가 방패
그렇다면 A씨는 당장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다행히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핵심은 저작권법의 '친고죄(親告罪)' 규정이다.
법무법인 우선의 조상우 변호사는 "영리 목적이나 상습성이 없는 저작권 침해죄는 원칙적으로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즉, 원작자가 직접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먼저 나서서 A씨를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A씨의 발 빠른 대처는 처벌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요소다. 이태준 변호사는 A씨의 경우 무료 연재, 수익 없음, 인지 후 즉시 교체 등 유리하게 작용할 사정이 많다며 "이러한 사정들은 민사상 손해배상 규모나 형사절차 진행 여부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형사처벌로 이어질지 여부는 전적으로 원작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 셈이다.
형사처벌 피했다고 끝? 남은 '민사소송'과 '수상 박탈' 변수
형사처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더라도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공모전 규정 위반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상우 변호사는 "수익이 없다는 사정이 손해까지 없애 주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침해자의 이익이 없더라도 원작자는 통상의 이용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로 청구할 여지가 있고, 타인의 일러스트를 AI로 변형하신 부분은 동일성유지권 등 저작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가 별도로 다투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공모전 자체의 규정일 수 있다. 조상우 변호사는 "형사·민사와 별개로, 다수의 공모전은 응모작의 권리 침해가 확인되면 수상 취소나 자격 박탈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라며 법적 책임과 별개로 응모 규정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공모전에서는 탈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실제 배상액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소프트리걸 법률사무소의 황규목 변호사는 "민사 손해배상도 노출 기간이 짧고 수익이 없으면 실손해액은 크지 않습니다"라고 전망했다. A씨의 행동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호사들의 공통 조언 "증거 보존하고, 섣부른 합의는 금물"
전문가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증거를 확보해 둘 것을 공통으로 조언했다. 민상빈 변호사는 "먼저 사용했던 표지 이미지와 교체 시점·게시 경위 등 자료를 보존해 두시길 권해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원작자로부터 연락이 올 경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사과하고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황규목 변호사는 "원작자가 과한 합의금을 요구해도 즉답하지 마세요"라며 섣부른 대응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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