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쪽 귀퉁이에 파랗거나 하얀 곰팡이가 핀 것을 보면, 그 부분만 떼어 내고 나머지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아까운 마음에 곰팡이 핀 자리만 뜯어내고 토스트로 구워 먹는 경우도 해외에선 의외로 흔하다. 그러나 빵에 곰팡이가 폈다면, 보이는 부분만 떼는 것으로는 안전하지 않다. 통째로 버리는 것이 맞다.
이유는 곰팡이가 자라는 방식에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파랗고 하얀 부분은 곰팡이의 일부, 말하자면 꽃이나 열매에 해당하는 자리일 뿐이다. 곰팡이는 번식을 위해 균사라 불리는 미세한 실 같은 뿌리를 식품 속으로 뻗는데, 이 균사가 눈에 보이지 않게 빵 안쪽 깊숙이 퍼져 있다.
빵처럼 폭신폭신하고 구멍이 많은 다공성 식품에서는 균사가 특히 잘 뻗어, 겉으로 보이는 곰팡이 한 점 아래로 균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곰팡이 핀 부분만 도려내도 보이지 않는 균사는 그대로 남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독소다. 일부 곰팡이는 마이코톡신이라 불리는 독성 물질을 만드는데, 이 독소는 사람의 건강에 해롭고 일부는 간 손상이나 발암 위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팡이 자체는 열에 약해 가열하면 죽지만, 곰팡이가 이미 만들어 낸 마이코톡신은 열에 매우 안정적이라는 점이 까다롭다. 토스트로 굽거나 끓이는 정도의 열로는 이 독소가 분해되지 않는다. 곰팡이 핀 빵을 구워 먹는다고 안전해지지 않는 이유다.
부드러운 식품일수록 통째로 버려야
이 원칙은 빵뿐 아니라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식품 전반에 적용된다. 물러진 과일, 잼, 부드러운 치즈, 요구르트, 조리한 음식처럼 조직이 무른 식품은 곰팡이의 균사가 쉽게 안쪽까지 파고든다.
미국 농무부도 이런 부드러운 식품에 곰팡이가 보이면 보이는 부분만 제거하지 말고 전체를 버리라고 권한다. 곰팡이가 폈다는 것은 이미 그 식품 전체가 균에 노출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냄새나 맛으로 괜찮은지 가늠하려는 시도도 위험하다. 마이코톡신은 색도 냄새도 분명하지 않을 수 있어, 멀쩡해 보이는 부분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곰팡이가 한 점이라도 보이면 아깝더라도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도려내고 먹어도 되는 단단한 식품
반대로 모든 식품을 통째로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단하고 조직이 치밀한 식품은 곰팡이의 균사가 깊이 침투하기 어렵다. 체더나 파르메산 같은 단단한 치즈, 당근이나 양배추 같은 단단한 채소가 여기 해당한다.
이런 식품은 곰팡이가 핀 자리에서 사방으로 2.5cm, 약 1인치 이상 넉넉히 떨어진 부분까지 도려내면 나머지는 먹을 수 있다.
이때 칼이 곰팡이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도려낸 뒤에는 깨끗한 포장으로 다시 감싸 보관한다. 다만 같은 채소라도 수분이 많아 무른 것은 빵과 마찬가지로 통째로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곰팡이 핀 음식을 모르고 조금 먹었다면 대개 큰 탈 없이 지나가지만, 구토나 복통,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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