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모내기 끝내고 풍년을 빌던 날…세시풍속으로 읽는 ‘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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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모내기 끝내고 풍년을 빌던 날…세시풍속으로 읽는 ‘단오’

뉴스컬처 2026-06-19 11:38: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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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전통 사회에서 세시풍속은 자연의 순환에 맞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생산 활동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준이었다. 그중에서도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모내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기 직전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쉬어가는 대표적인 명절이었다.

신윤복 필 풍속도 화첩. 사진=국가유산포털
신윤복 필 풍속도 화첩. 사진=국가유산포털

단오는 예로부터 '수릿날'이라고도 불렸다. 수리는 '높다', '신성하다'는 의미를 지닌 말로,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로 여겨진 단오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농경 중심 사회에서 단오는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주요 명절로 꼽힐 만큼 비중이 컸다. 계절적으로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려 전염병과 해충을 예방하기 위한 위생 관리의 전환점 역할도 했다.

전통적인 단오 풍속에는 건강을 지키고 재액을 물리치기 위한 다양한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창포를 우린 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는 풍습이 전해졌으며, 쑥과 익모초 등을 채취해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빨강·파랑·노랑·흰색·검은색의 오색실을 팔에 묶거나 장신구에 달아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도 널리 행해졌다. 수리취떡과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으며 더위를 이겨냈고, 단오를 맞아 부채를 선물하는 문화도 성행했다. 지방에서 제작한 부채를 궁궐에 진상하면 임금이 이를 신하들에게 하사했는데, 이러한 부채를 '단오선(端午扇)'이라 불렀다.

강릉단오제의 상징 신간목(神竿木)을 대신하는 화개(花蓋)를 앞세우고 행차하는 영신제 행렬. 사진=강릉단오제위원회
강릉단오제의 상징 신간목(神竿木)을 대신하는 화개(花蓋)를 앞세우고 행차하는 영신제 행렬. 사진=강릉단오제위원회

단오는 오랜 세월 동안 민간신앙과도 긴밀하게 연결됐다. 역사 기록에는 단오를 전후해 제의와 놀이가 함께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전해진다. 이는 단오가 명절을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적 성격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특히 강릉단오제에서는 대관령 국사성황신을 모시는 제의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대관령산신당에서는 김유신 장군을 산신으로 모시는 전통이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은 단오가 자연재해를 막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동체 신앙의 한 축이었음을 보여준다.

단오에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놀이와 경연이 펼쳐졌다. 대표적인 민속놀이인 씨름은 마을 단위의 큰 행사로 열렸다. 우승자에게 소를 상으로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들이 즐긴 그네뛰기는 높이 오를수록 복이 깃든다고 여겨졌다. 이 밖에도 활쏘기, 석전(돌 던지기), 수박희(전통 무예 경기) 등 다양한 놀이가 열려 마을 축제의 분위기를 더했다. 이러한 놀이들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화합을 다지고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

‘대쾌도’에 담긴 씨름 풍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단오의 역동적인 풍경은 조선시대 풍속화에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이다. 단오를 맞아 냇가에서 창포물로 머리를 감는 여인들과 그네를 타는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포착해 당시 풍속을 전한다. 긍재 김득신의 ‘씨름’ 역시 장정들이 힘을 겨루는 씨름판의 활기와 이를 둘러싼 군중의 생생한 표정을 담아낸 대표적인 풍속화다.

이러한 풍속화들은 문헌 기록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조선시대 민중의 의복과 놀이 문화, 명절을 즐기던 분위기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단오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다소 축소됐지만 지역 축제와 무형유산의 형태로 재해석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와 오랜 역사를 지닌 영광법성포단오제는 오늘날에도 많은 방문객을 모으며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단오는 농경 명절로서의 실질적 기능은 약화됐지만 지역 축제와 무형유산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계승하는 전통문화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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