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다리가 발견된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센터. / 연합뉴스
인천 송도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사람 다리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병원 자원봉사자가 의료폐기물을 깁스용 석고로 착각해 재활용품으로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 감정 결과 발견된 다리는 인천 중구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0대 여성 환자의 다리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헌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자원봉사자 등을 상대로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의료법 위반 여부도 관계 기관 자문을 거쳐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재활용품 선별 작업 중 사람 다리가 발견되자 수사에 나섰다. 당시 발견된 신체 부위는 무릎 아래부터 발뒤꿈치까지 길이 약 41㎝였다.
경찰은 발견 직후 토막살인이나 시신유기 등 강력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연수경찰서와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인력 등 102명을 투입해 수사본부를 꾸렸고, 생활자원회수센터 반입 차량 동선과 인근 CCTV 확보 작업에 나섰다. 확보 대상 CCTV만 2500여 곳에 달했다.
그러나 사건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관련 보도를 접한 해당 요양병원 관리소장이 지난 17일 경찰서를 찾아와 "우리 병원에서 나간 신체 조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신고하면서다.
병원 측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다리는 입원 환자인 80대 여성 A씨의 다리였다. A씨는 노환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로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다. 앞서 입원했던 대형병원에서는 더 이상의 입원 치료가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고, 가족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수소문한 끝에 지난 1일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입원 당시부터 이미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심장이 약해 다리까지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산소 공급이 안 되면서 괴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입원 당시에도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병원 측 진술에 따르면 절단은 지난 8일 병실에서 이뤄졌다.
병원은 경찰 조사에서 "다량의 고름이 차 있었고 신경이 모두 손상돼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며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는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된 상태였고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환자 가족이 절단에 동의했으며 오히려 병원 측에 치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장은 "환자 상태가 너무 심해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고 가족들이 해당 요양병원에 간절히 부탁해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절단된 다리를 의료폐기물 용기에 넣어 보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튿날 병원 청소 업무를 돕던 60대 자원봉사자가 해당 다리를 재활용품으로 오인해 일반 봉투에 옮겨 담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보한 병원 CCTV에는 실제로 자원봉사자가 봉투를 들고 나가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원봉사자는 경찰 조사에서 "붕대가 감겨 있고 딱딱해 깁스용 석고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절단된 다리는 붕대로 감긴 상태였고 상당 부분 조직이 괴사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다만 병원 측의 폐기물 처리 과정에도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폐기물관리법상 절단된 인체 조직은 조직물류폐기물에 해당해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담아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 또 의료폐기물임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병원이 절단된 다리를 밀폐 포장하기는 했지만 의료폐기물 표시를 하지 않았고, 폐기물 담당자에게도 해당 물품이 의료폐기물이라는 사실을 별도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자원봉사자에 대한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관심을 모은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요양병원에는 일반 병원과 달리 수술실 설치 의무가 없다. 또한 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면 일정 범위 내 의료행위가 가능하다.
이 과장은 "의료법을 검토했지만 현재로서는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처벌 조항을 찾지 못했다"며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법률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받아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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