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송치로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방해 우려'라는 모순된 이유로 고소인에게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 AI 생성 이미지
"내 사건이 종결됐다는데, 왜 결과를 알려주지 않습니까?" 경찰의 불송치(혐의 없음 등으로 검찰에 보내지 않는 결정) 결정 이유를 알고자 했던 고소인이 검찰로부터 '수사 방해 우려'라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당했다.
수사가 완전히 종결된 사건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를 운운하며 고소인의 정당한 알 권리를 외면한 검찰의 처분이 과연 적법한지, 법조계의 분석과 최신 판례를 통해 그 부당함을 짚어본다.
"수사는 끝났다"는 경찰, "수사 방해된다"는 검찰
고소인 A씨는 자신이 제기한 고소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불송치결정에 이의를 제기할지 판단하기 위해서 경찰에 불송치결정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서류는 검찰로 이송됐고, 최종적으로 검찰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검찰이 내세운 사유는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수사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사가 종결된 사건에 대해 '진행 중'이라는 모순된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A씨는 "사건이 불송치된 상태라면 수사 중인 사건이 아니므로, 해당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소인 권리 침해"…변호사들 '행정소송' 한목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검찰의 처분이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미 불송치 결정이 난 사건에 대해 수사 관련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소인은 형사소송법상 당사자로서 해당 사건의 기록에 대한 열람권이 있다"며, 불송치 이유를 알아야 항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이는 고소인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강조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 행정심판,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등을 제시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불송치 사건은 더 이상 수사 중인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수사기밀 보호를 위한 비공개 사유가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하며 행정쟁송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원 판례는 명확…"수사 종결 후 비공개는 위법"
법원의 판단 역시 명확하다. 법원은 수사가 종결된 사건에 대해 '수사 직무수행 곤란'을 이유로 한 정보공개 거부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정보공개법 제9조는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사건의 피의자신문조서 공개를 거부한 처분에 대해 "수사활동 등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아,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방법원 역시 불송치 후 추가 절차가 없는 사건의 수사기록에 대해 "현재 위 고소 사건에 관한 수사나 재판이 계속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수사 방해 우려'는 막연한 가능성이 아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을 때만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예외는 있다…'이의신청'으로 수사가 재개된 경우
다만 예외는 존재한다.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고, 이로 인해 검찰에서 수사가 다시 진행되는 경우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처럼 수사가 재개된 상황에서는 피의자 측이 수사 내용을 파악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사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정보를 비공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사례가 있다.
따라서 A씨의 경우, 이의신청 등 추가적인 수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불송치결정서를 받아볼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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