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에서는 어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할까?"
NDC 2026 사흘째인 18일 판교에서 열린 '넥슨과 크래프톤의 AI 전환(AX) 여정 – 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포기했나' 대담. 객석 질의응답에서 넥슨이 오픈클로(OpenClaw)를 전사(全社)에 보급하려 했다는 대목을 두고 질문을 한 기자가 "그렇게까지 한다는 데 깜짝 놀랐다"고 반응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상균 경희대 교수도 대담 중반 같은 사례를 두고 "충격을 받았다, 이럴 수 있구나 싶었다"고 반응했다.
이 놀라움의 정체는 도구의 성격에 있다. 오픈클로는 자율적으로 작업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AI 에이전트를 표방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은 GTC 2026에서 이를 두고 '개인용 AI를 위한 운영체제'라 불렀다. 지포스 RTX PC부터 DGX 스파크(Spark)까지 개인 장비에 로컬로 깔아 24시간 비서처럼 돌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엔비디아는 여기에 보안·인프라층을 덧댄 네모클로(NemoClaw) 스택까지 내놓았지만, 자율 에이전트를 상시 구동하는 데 따르는 시스템 접근·데이터 유출 위험은 공식 안내문에도 명시돼 있다. 개인이 호기심에 깔아보는 것과, 수천 명 규모 회사가 표준 도구로 전사에 까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그런데도 넥슨은 그 길을 택했고, 같은 무대에서 전사 도입을 보류한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이 장면은 넥슨이 야심차게 시도했다가 전사 확산은 일단 멈춘 사례이기 때문에 더 눈길을 끌었다. 강덕원 넥슨 AI본부장의 설명은 담담했다. 오픈클로는 대표와 본부장들이 직접 써볼 만큼 강력했고, 사내 챔피언들이 모여 테스트도 했다.
왜 하필 오픈클로였나. 개인이라면 그냥 상용 AI를 구독해 쓰면 된다. 하지만 전환을 추진하는 회사는 다르다. 에이전트를 직접 뜯어고치고, 사내 인프라에 올려 데이터와 보안을 자기 통제 아래 두고, 좌석당 구독료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있다. 오픈소스인 오픈클로가 이 조건에 맞아떨어졌다. 강 본부장은 이 도구가 로컬 머신에서 메신저와 메일까지 별도 커넥터 없이 제어할 만큼 강력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통제권의 대가였다. 보안 이슈가 반복됐고, 오픈소스라 직접 고쳐 사내 버전(가칭 'nx클로')까지 만들었지만 원본 업데이트가 워낙 잦았다. 대부분이 보안 패치였다. 따라가지 않을 수도, 따라가자니 운영 부담이 컸다. 자동 업데이트를 걸면 멈추기 일쑤였고, 인원이 많은 만큼 전사 인프라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지금 당장 전사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했다. 다만 강 본부장은 도구 자체를 폐기했다기보다, 기술이 더 성숙하고 비용이 최적화되기를 기다리며 접근법을 다시 짜는 단계라고 했다.
그렇다면 실패인가. 강 본부장은 선을 그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실제로 지속 가능한 것은 다르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확인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성공 사례만 늘리기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아니면 빠르게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향후 방향도 덧붙였다. 개인별 하드웨어 지급이나 외부 클라우드(cloud)보다, 배포·관리·보안 부담을 덜 지는 사내 자체 클라우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무대에 선 크래프톤은 정반대 입장이다. 넥슨이 에이전트 자체를 사내에 들여와 '소유'하려 했다면, 크래프톤은 잘 알려진 상용 도구를 '관리'하는 쪽을 택했다. 임경영 크래프톤 VP가 공개한 핵심 장치는 대시보드(dashboard)였다.
토큰(token) 비용,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라이선스, 개인 구독 세 가지를 한 화면에서 보고, 사내에서 쓰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성능과 가성비로 비교한 '단가표'까지 만들어 직원이 업무에 맞는 모델을 직접 고르도록 했다.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GPT 등 시장에 나와 있는 도구를 굳이 내재화하지 않고, 사용량과 비용을 가시화해 통제하는 방식이다. 코딩 경험이 없던 인사(HR) 담당자가 코덱스(Codex)와 클로드 코드로 채용 면접 일정과 회의실 예약을 자동화한 사례도 이 토대 위에서 나왔다.
두 회사의 노선은 그래서 선명하게 갈린다. 넥슨은 도구를 우리 것으로 만든다. 흩어진 게임 데이터를 한데 모은 '모노레이크'를 'AI가 이해하는 데이터'로 끌어올리는 모노레이크 2.0, 베테랑의 노하우를 AI가 읽도록 구조화하는 '온톨로지 팩토리', 자연어로 묻는 'AI 서치'까지 데이터와 에이전트를 사내에 쌓아 올리는 방향이다. 전용 AI 모델 개발과 개발 파이프라인 재설계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크래프톤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지난해 11월 'AI 퍼스트' 전환을 선언했고, 올 2월 사내 조사에서 직원 97.6%가 AI를 쓴다고 답했다. 공통 파이프라인 '플레이그라운드'와 '데이터 파운데이션'을 깔고, 현업에 'FD'로 부르는 전문 인력을 파견해 막히는 지점을 즉석에서 풀어 준다. 결과물을 모은 'AX 포털'은 사내 앱스토어처럼 운영하며 마켓플레이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두 길은 결국 같은 고민으로 수렴한다. 비용이다. 넥슨은 토큰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고 하루하루 사용량이 달라 예측이 어렵다며, 사용량과 프로젝트 진척을 묶어 효용을 분석하는 비용 예측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가 "혼자서 1억 원에 가까운 토큰 비용을 쓴 사례도 들린다"고 던지자, 강 본부장은 한 달의 개발 기간이 당겨진다면 그만한 토큰은 가치 있는 비용이라고 받았다. 크래프톤 역시 파트너사와 단가 인하를 협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출혈 경쟁 끝의 독점에 대비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유든 관리든, 종착지에는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같은 본능이 깔려 있는 셈이다.
대담 말미, 두 사람은 서로를 "동료"라고 불렀다. 경쟁사지만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VP는 토큰을 더 쓰도록 권하는 조직과 효율을 주문하는 조직을 나눈다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고 했고, 강 본부장은 거기서 힌트를 얻는다고 화답했다. 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포기했나라는 물음에, 소유와 관리라는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섰던 두 회사가 내놓은 답은 결국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모였다.
[경력사항]
강덕원
-2026년 ~ 현재 넥슨 AI본부장
-2025년 ~ 2026년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그룹장
-2021년 ~ 2025년 넥슨 운영개발실장
-2014년 ~ 2021년 넥슨 게임라이브 기술지원 업무 수행
-2006년 ~ 2014년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게임개발팀 프로그래머 업무 수행
발표
-2026 동아모닝포럼, 생성형 AI 시대의 게임, 더 빠르게 만들 것인가 더 다르게 만들 것인가
-2022 NDC 24, 테스트자동화 도구 개발 생존전략
-2014 NDC 14, [던전 앤 파이터] 안정적인 대규모 패치를 위한 원격지원 서비스
임경영
- 현, 크래프톤 Head of AI Transformation
- 놀유니버스/인터파크 CTO
- 넥슨 모바일게임 2종 런칭
- Arques Korea CTO
- 롯데온 CTO
김상균
-경희대 교수
- CJ나눔재단, 사외이사
- 갤럭시코퍼레이션, 사외이사/고문
- 롯데이노베이트, 사외이사
- 게임문화재단,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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