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발발 초기 유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임원이 구속됐다. 유가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임원이 구속된 만큼 검찰의 '유가 담합'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임원 A씨와 같은 부서 직원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A씨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B씨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 역할, 수사 상황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며 전 세계적인 유가 폭등이 우려되자 국내 정유사들이 유가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국내 정유사들이 유류 가격을 임의로 조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주요 정유사 간부들에게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오른 곳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다. 이들은 사전 협의를 거쳐 국내에 유통되는 유류 및 석유제품의 가격을 동시에 올리거나 동결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미·이란 전쟁 직후 국내 유가가 일제히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에 이들의 계획적인 담합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장기간에 걸쳐 유가 담합 체계가 작동해 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를 상대로 갑질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정유사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보다 자영주유소에 더 비싼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도록 계약을 강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자영주유소가 오직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공급받도록 묶어두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시장에서 더 저렴한 타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 차단하고 가격 경쟁을 막았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23일 4대 정유사와 사단법인 한국석유협회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번에 HD현대오일뱅크 임원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은 다른 정유사 관계자들을 겨냥한 추가 구속영장 청구 등 후속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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