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시장경제 체제로의 대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18일(현지시간) 쿠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마누엘 마레로 총리가 직접 단상에 올라 176건에 달하는 친시장 정책 패키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정치체제는 유지한 채 경제만 개방하는 중국·베트남 방식의 개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패키지의 핵심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해체다. 27개에 달하던 정부 부처가 21개로 대폭 축소되며, 전국 168개 지방자치단체에는 기업 인허가권과 수출입·외화 관리 권한이 독립적으로 이양된다. 민간 부문에도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린다. 100인 이상 규모의 사기업 설립이 허용되고, 한 개인이 복수의 기업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더욱 파격적인 조치도 담겼다. 혁명 직후부터 쿠바 국민의 생계를 떠받쳐온 기본 배급제가 단계적으로 사라지고 시장 가격 체계로 대체된다. 약 2천 개 국영기업들은 임금 결정과 이윤 배분에서 자율권을 확보하게 되며, 주식 및 지분 거래까지 가능해진다. 금융업과 부동산 개발 분야 역시 민간에 문호를 활짝 여는 조치가 포함됐다.
이번 발표에 앞서 쿠바 공산당은 전날 임시 전원회의를 소집해 비상 경제대책을 의결한 바 있다. 마레로 총리는 연설에서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도구"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시장경제를 공개 지지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또한 강도 높은 자기 비판에 나섰다. 그는 "미국의 봉쇄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고질적 관료주의와 과잉 규제가 경제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고 시인했다. 이어 전원회의 폐막사에서 "국민들이 이토록 고통받을 때 정부와 당의 역할은 위기를 변명하는 게 아니라 변화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지연과 행정 장벽, 번잡한 규제, 미뤄둔 결정들이 진짜 장애물"이라고 질타했다.
쿠바 경제는 현재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올해 1월 미국이 전면적 제재를 강화한 이후 전력난과 생필품 부족이 극심해졌다. 지난달에는 쿠바 경제의 버팀목인 군산복합체 가에사(GAESA)와 연관 기업들을 겨냥한 2차 제재가 발동되면서 글로벌 호텔 체인과 금융사들의 이탈이 줄을 잇고 있어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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