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둔 감자에서 어느새 싹이 삐죽 올라온 걸 보면 난감하다. 싹이 난 감자는 그 부분을 도려내야 하고, 많이 자라면 아예 못 먹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감자 옆에 사과 한 알을 함께 두는 것만으로, 싹 트는 속도를 눈에 띄게 늦출 수 있다. 흔한 사과가 의외의 발아 억제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결은 사과가 내뿜는 '에틸렌'이라는 기체다. 에틸렌은 과일이 익을 때 나오는 식물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감자에는 조금 다르게 작용한다.
사과에서 나온 에틸렌이 감자가 싹을 틔우라는 신호를 둔하게 만들어, 발아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히는 데 쓰이던 기체가 감자에서는 싹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사과 한 알의 효과
효과는 제법 분명하다. 여러 안내에 따르면 사과 한 알을 감자와 함께 두면 싹이 나는 속도를 두세 배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사과 하나가 감자 몇 킬로그램의 싹을 억제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확한 양은 자료마다 차이가 있으니 '사과 한 알에 감자 한 봉지' 정도로 넉넉히 잡아 함께 두면 된다.
두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다. 감자와 사과를 밀폐되지 않은 종이봉투나 망 주머니에 함께 담는 것이 좋다. 완전히 밀폐된 통에 넣으면 에틸렌이 지나치게 쌓여 오히려 감자가 빨리 무를 수 있으니, 공기가 어느 정도 통하게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가 무르거나 상하면 새것으로 갈아 준다.
양파와는 떨어뜨릴 것
반대로 절대 함께 두면 안 되는 짝이 있다. 바로 양파다. 흔히 감자와 양파를 한곳에 보관하는데, 이는 둘 다 빨리 상하게 만드는 습관이다. 양파도 에틸렌을 내뿜지만, 사과와 달리 감자의 싹과 부패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양파는 습기를 내뿜어, 건조하게 두어야 하는 감자를 무르고 썩게 만든다.
두 채소는 필요로 하는 환경도 다르다. 감자는 어느 정도 습한 환경을 좋아하지만, 양파는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함께 두면 양쪽 다 제 환경을 얻지 못해 빨리 상한다. 같은 주방에 두더라도 선반을 나누거나 떨어진 자리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기본 보관 환경도 중요
사과를 함께 두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고, 기본은 감자를 올바른 환경에 두는 것이다.
감자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싹이 덜 난다. 빛을 받으면 감자가 초록빛으로 변하며 솔라닌이라는 좋지 않은 성분이 생길 수 있으니, 빛이 들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 신문지나 종이봉투로 감싸 두면 빛을 가리고 습기도 어느 정도 조절돼 도움이 된다.
냉장 보관은 권하지 않는다. 너무 차가운 곳에 두면 감자 속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맛이 변하고, 고온에 조리할 때 좋지 않은 물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늘한 실온에, 사과와 함께, 양파와는 떨어뜨려 두는 것이 감자를 오래 두는 핵심이다.
이미 싹이 조금 난 감자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싹과 초록으로 변한 부분을 도려내면 나머지는 먹을 수 있다. 다만 싹이 많이 자랐거나 전체가 무르고 쪼그라들었다면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감자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사과 한 알과 함께, 양파와는 떨어뜨려 보관하는 것이 싹을 늦추는 비결이다. 흔한 사과 하나로 아까운 감자를 더 오래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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