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MOU) 타결 이후 양국 정상이 극명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합의에 대한 국내 비판을 의식한 방어적 태세가 워싱턴에서 감지되는 반면, 테헤란에서는 적극적인 성과 홍보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비판 세력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제유가는 급락하는데, 내 대이란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질투에 눈이 먼 부류이거나 악의적이거나 그저 어리석은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근거로 삼아 합의 비판론에 정면 대응한 셈이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원유 공급이 원활해졌고 이란의 핵무장은 영원히 불가능해졌다"며 안보 성과를 부각했다. 고용지표 호조와 물가 안정세까지 언급하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레오 14세 교황이 이번 합의를 높이 평가했다는 보도를 직접 공유한 것도 눈길을 끈다. 과거 이란전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교황의 긍정적 반응을 활용해 정당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사업가 시절부터 '거래의 달인' 이미지를 구축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이란 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현 분쟁 종식,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 핵무장 영구 차단이 핵심 성과"라고 자평한 바 있다.
하지만 과장된 성과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애초 미국발 군사작전이 촉발한 결과였으며, 통행료 면제 기간도 60일로 한정되어 향후 이란의 요금 부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무장 금지 약속 역시 후속 협상에서 어떻게 이행력을 담보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합의를 서두르게 만든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군사 충돌 확대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경제 재앙만은 피하고 싶었다"고 인정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폭등과 물가 상승 압력이 정치적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JD 밴스 부통령도 백악관 브리핑에서 방어 논리를 펼쳤다. 이란이 경제적 혜택과 제재 완화를 누리려면 합의 이행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못 박으며, 일방적 양보론 차단에 주력했다.
반면 테헤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MOU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영문 3장과 페르시아어판 2장으로 구성된 문서에는 양국 정상의 서명이 각 페이지에 담겼다. 그는 이를 "역사적 문서이자 강대한 이란이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규정했다.
"어떠한 위협과 압박에도 존엄과 자주성을 포기하지 않은 민족의 의지가 담겼다"며 "국가적 인내심, 정치적 합리성, 책임 있는 외교술이 빚어낸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국영 IRIB 방송에는 서명된 MOU를 양손에 들어 보이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모습이 전파되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견뎌내고 제재 완화라는 실리를 얻어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번 합의를 자국의 승리로 프레이밍하려는 대내외 선전 전략으로 읽힌다.
이에 백악관도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공식 엑스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장면 영상을 게시하며 "미국이 이란에 3천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은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얻는 것은 성공, 유가 하락, 그리고 승리뿐"이라며 관련 논란을 "민주당이 유포하는 선전"으로 규정하며 정치 공방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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