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의료기관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환자 안내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입력한 환자 비하성 문구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인쇄됐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30만회를 넘기고 댓글 800여 개가 달리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개된 사진에는 '손·팔 굳어짐 및 혈액 검사 안내문' 상단에 환자를 낮춰 표현한 문장이 남아 있었다. 병원명과 의료진 실명은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 안내문 상단에 박힌 지시문··· 쟁점은 'AI'보다 '검수'
19일 온라인 게시물에 따르면 환자 가족은 18일 통증의학과 진료 뒤 받은 안내문에서 종이 상단의 문구를 발견했다. 사진 속 문서 제목은 '[환자 안내용] 손·팔 굳어짐 및 혈액 검사 안내문'이다. 그 위쪽에는 의사가 AI에 입력한 것으로 주장되는 문장이 함께 찍혀 있었다. 문구에는 환자의 지능과 직업을 낮춰 표현한 내용이 담겼다.
사진 상단에는 'Google Docs' 표기도 남아 있었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 해당 문서가 어떤 AI 서비스에서 작성됐는지, 외부 서버에 어떤 정보가 입력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내문 본문은 환자 증상과 혈액 검사, 대학병원 진료 권고 등을 설명하는 형식이었다. 정작 문제가 된 지점은 환자에게 전달된 출력물에 내부 작성 지시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사실이다. AI 사용 자체보다 환자 대상 문서의 검수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의사보다 AI가 낫다"··· 비판 댓글 봇물
게시물에는 의료진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이 정도면 AI가 의사가 괘씸해 일부러 다 보이게 인쇄해 준 듯하다"며 "저 의사보다 AI가 낫다"고 적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인용한 댓글도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선서가 있다"며 "얼굴 본 적 없는 제3자이지만 기분이 더럽다. 평소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드러났다"고 했다. 어느 병원인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자는 요구, 노력 없이 의사가 됐다는 조롱도 잇따랐다.
▲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지적
쟁점은 표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 정보가 외부 AI 서버로 전송됐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온라인에서 제기됐다. 의료법 제19조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환자의 질환 정보와 직업 환경 등 구체적 상태를 병원 내부 시스템이 아닌 외부 빅테크 기업의 AI 서버로 보내는 행위는 동의 없는 의료정보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자 정보를 입력하려면 비식별화를 거치고 국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 의료법 위반(비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글도 게시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앞서 생성형 AI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에서 △이용 방식별 안전조치 △내부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 "쉽게 설명" 명분 뒤, 흔들린 환자 존중 원칙
의료 현장에서 환자 눈높이에 맞춘 설명문 작성은 필요한 작업이다. 고령 환자나 의학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에게 쉬운 문장으로 안내하는 일은 진료 편의와 안전에 보탬이 된다. 이번 사례는 그 과정에서 환자를 설명 대상이 아닌 평가 대상으로 다룬 흔적이 남았다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 분야 생성형 AI 활용 원칙에서 AI를 임상 판단 보조 도구로 쓰되 최종 의사결정 책임은 의료인에게 둔다고 제시했다. 환자 중심 설명과 동의, 근거 기반 검증, 오류 예방도 실천 원칙에 명시했다.
▲ 병원 해명·재발방지책 없이는 논란 장기화
해당 문서가 병원 내부 시스템에서 만들어졌는지, 의료진 개인 계정을 통한 것인지도 공개 자료만으로는 가려내기 어렵다. 환자 가족이 병원에 문제를 제기했는지, 병원 측이 사과나 경위 설명에 나섰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의료기관의 생성형 AI 활용이 환자 안전과 설명 책임을 넘어 환자 존엄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안에서는 AI 작성 문서를 환자에게 전달하기 전 담당 의료진이 문장과 표현, 개인정보 포함 여부를 최종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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