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소원과 법왜곡죄가 도입된 지 100일이 경과하면서 기본권 구제 범위 확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제도적 혼란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재판소원 제도로 인해 과거 헌법소원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법원 판결까지 헌법재판소 심판 테이블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기본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해당 판결의 취소 권한을 헌재가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8일 기준 877건이 접수되었으며,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 관문을 통과해 전원재판부로 넘어간 사건은 누적 8건에 그쳤다.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것이라는 법조계 우려와 달리 대다수 사건이 사전심사에서 걸러지면서 예상했던 대혼란은 피했다는 평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채완 변호사는 판결에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느낄 때 다시 싸울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고 환영했다. 그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판결문 품질 향상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률 해석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사건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되자 4심제 현실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판 현장에서는 당사자들이 재판소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절차적 적법성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 인용 결정이 단 한 건도 없어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헌재가 법원 판결을 취소했을 때 후속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도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법원행정처는 내부 연구반을 가동해 이 문제를 검토 중이다.
한편 법왜곡죄는 형사법관, 검사, 경찰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거나 권익을 훼손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10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6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고발 건수는 327건, 피고발인은 5천805명에 달한다. 직군별로는 경찰이 1천566명으로 27.0%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검사 376명(6.5%), 판사 242명(4.2%), 검찰수사관 및 특별사법경찰관 157명(2.7%) 순이었다. 나머지 3천464명은 고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15일까지 69건이 접수됐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이유로 경찰과 공수처에 고발당했다. 그러나 관련 법령상 법왜곡죄 수사 관할이 명확하지 않아 초기 혼선이 빚어졌다. 공수처는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가 함께 고발된 경우에만 수사 대상으로 보고, 법왜곡죄 단독 사건은 타 기관으로 이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조 대법원장 사건도 국가수사본부로 넘겨졌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형사법관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고발만 당해도 수사기관 출석 조사 자체가 법관에게는 막대한 부담이라며 형사부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응해 법원행정처는 '직무소송 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직무 관련 고소·고발을 당한 법관의 변호인 선임 비용 지원 한도를 최대 4배로 확대했다. 대검찰청 또한 '검찰공무원 직무보호 TF'를 발족시켜 고소·고발 접수 검찰 구성원에게 변호사단을 통한 법률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법왜곡죄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한 조항이어서 명백한 사례가 아니면 실제 법관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형 로펌들이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전담 TF를 속속 구성하는 등 변호사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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