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의 이행이 17일 공식 개시됐으나, 비핵화를 다룰 후속 협상 착수는 예정보다 미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에서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JD 밴스 부통령은 "60일간의 협상 기간이 오늘부터 공식 출발했다"고 선언했다. 이 시한을 역산하면 8월 16일이 종료 시점이 된다. 호르무즈 해협 항행권 보장과 해상봉쇄 철회를 골자로 양국이 합의한 뒤, 두 달 동안 이란 핵 문제와 제재 완화를 집중 논의하겠다는 것이 MOU의 핵심 구조다.
밴스 부통령 발표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이미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거둬들였다. 미 중부사령부도 봉쇄 해제 사실을 확인하면서,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해당 해역에 군함이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가 1천250만 배럴에 달한다"며 해상 통행 정상화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후속 대화의 시작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원래 19일 스위스에서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대면해 서명식을 갖고 본격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양국 정상이 하루 전인 17일 원격으로 먼저 서명을 마치면서 현지 행사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측 매체를 인용해 19일 서명식 개최가 취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이번 주말로 예정된 이란 대표단과의 협상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시인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반대급부와 관련해 밴스 부통령은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고 태도를 전환할 때에만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 재정이 단 한 푼도 이란에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거듭 못 박았다. 그는 "이란의 변화 가능성을 검증해볼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며 이번 합의의 명분을 옹호했다.
이스라엘을 향해서는 한층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MOU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베이루트 민간 지역을 겨냥한 공습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초강대국 수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강조한 뒤, MOU를 비난하는 이스라엘 각료들에게 "정신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공격을 이유로 베이루트 공습을 감행해 합의를 흔들 가능성을 견제하면서, 미국 비판을 삼가라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산 원유에 적용되던 제재의 일시 유예 조치와 관련해 밴스 부통령은 "새로운 혜택을 이란에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제재로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만 원유를 넘길 수밖에 없던 이란이, 이번 조치로 다양한 국가에 더 높은 시세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합의문 공개 과정이 혼란스러웠다는 지적에 대해 밴스 부통령은 "이란 측이 원하지 않아 공개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지난 14일 전자서명이 완료된 뒤에도 문서가 베일에 싸이자 미국 내에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17일 양국 정상의 원격 서명과 함께 전문이 공개된 이후로는 이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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