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사진=오현민 기자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도민의 고견을 더 듣고 정책으로 반영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홈페이지 등 도민과의 소통창구를 트는 동시에, 타운홀 미팅을 열어 도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고 정책화하고자 한다.
충남의 주인인 도민을 어렵게 모시겠다는 박 당선인을 만나 앞으로의 공약 이행 방향, 그가 그리는 충남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40대 충남도지사로 당선됐다. 앞으로의 각오를 듣고 싶다.
-먼저 220만 충남도민께 깊이 감사드린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도민 여러분께서 저를 제40대 충남도지사로 선택해 주셨다. 그 무게를 한순간도 잊지 않겠다.
지난 선거 기간 130여 차례 정책간담회를 다니며 적은 손때 묻은 '충남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 담긴 도민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곧 도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는 화려한 약속보다 묵묵히 일하는 도지사가 되겠다. 큰 목소리뿐 아니라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갈등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겠다. 이것은 저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도청 공직자 모두의 마음가짐이 될 것이다.
양승조 지사님의 '복지충남', 김태흠 지사님의 '힘쎈 충남'의 성과 위에 박수현 도정의 '새로운 충남'을 더하겠다.
또 통(通)하는 충남을 만들겠다. 통하는 충남은 단순히 도민과 소통을 잘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소통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세계로 통하는 충남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하늘·바다·육로길을 확장해 뻗어 나가는, 통하는 충남을 만들겠다. 설계한 사람이 책임지고 완성하겠다는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
▲제1공약으로 충남AI시대 개막을 약속했다. 추진 방안은 무엇인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부터 도민 여러분께 'AI수도 충남'을 최우선 공약으로 보고드린 만큼, 확실한 대전환을 이뤄내겠다. 제가 말씀드린 'AI 대전환'은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AI 산업혁신'과, 사람 중심의 'AI 기본사회'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전략은 바로 'AI 대전환의 3대 균형'이다.
첫째,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이다. 대기업의 AI 전환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를 비롯한 중소기업의 AI 전환까지 함께 지원하겠다. 지역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소외돼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겠다.
둘째,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균형이다. 천안·아산 등 첨단산업지의 AI 전환에만 매몰되지 않겠다. 농업·임업·수산업 등 충남의 전통산업에도 AI를 지원해, 첨단과 전통이 함께 나아가도록 하겠다.
셋째, 사람과 산업의 균형이다. 도민의 일상에 AI를 도입해 생활 편의를 높이겠다. AI가 산업에만 쏠리지 않고,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겠다.
충남형 AI 대전환이 향하는 곳은, 충남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는 균형 잡힌 AI 사회다. 산업을 키우고, 사람을 잇는 'AI수도 충남'은 대한민국 대표 모델이자 세계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주요 공약인 충남·대전 행정통합 조속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있다. 향후 방향은?
-대통령의 말씀은 대전·충남 통합의 의지나 방향이 달라졌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현재는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이 새롭게 선출된 직후다.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도적·정치적·행정적으로 고려해야 할 현실적 요소가 많다는 점을 짚으신 것으로 이해한다. 그렇다고 통합을 멈추거나 늦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며, 주민 공감대를 넓혀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충남은 당초 목표대로 2026년 통합법의 연내 통과, 그리고 2028년 총선부터 통합된 권역에서 함께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노력하겠다.
광주·전남은 이미 통합 논의를 통해 더 큰 재정과 권한 이양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충남·대전이 주저한다면 충청권은 국가균형성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통합을 미루는 것은 곧 충청권의 퇴보다.
충남·대전 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충청권의 미래와 도민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대통령 말씀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 통합 일정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
▲마찬가지로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촘촘한 전략이 필요해졌다. 구상하고 있는 방안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을 듣고 싶다.
-충남 혁신도시는 지정된 지 5년이 지나도록 공공기관 한 곳도 유치하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충남은 2012년 세종시 출범 과정에서 연기군 전체와 공주시 일부를 내어줬다. 사람과 세금을 떼어주는 뼈아픈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 지정을 받지 못한 역차별을 겪었다. 후발 주자인 충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충분한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충남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백제의 찬란한 역사·문화부터 반도체·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농·어업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갖췄고, 신행정수도로 부상하는 세종시와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가장 뛰어나다.
핵심은 충남의 특성에 부합하는 기관을 유치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임 도정이 주창한 드래프트제 역시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제가 먼저 '세일즈 도지사'가 되겠다. 필요하다면 어느 기관이든 찾아가고, 제가 가진 중앙정부와 집권여당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
▲안정적인 도 운영을 위한 계획과 조직개편은 언제 어떻게 할 예정인가?
-16일부터 19일까지 실국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시점에 조직개편의 방향과 규모를 말씀드리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4년 임기 내내 조직개편만 반복하면 공직사회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안정 속의 혁신이 원칙이다.
저의 1호 공약인 'AI 대전환'을 뒷받침할 조직체계는 분명히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에 부응하면서도 충남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설계하겠다.
특히 그 과정은 저를 비롯한 준비위원회, 도청 지휘부 몇몇의 의지가 아니라, 충남도 공직자와 외부 전문가, 도민과 도의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안을 마련하겠다. 오로지 220만 충남도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 그것이 제가 만들고자 하는 도정의 모습이다.
▲신념과 철학을 말씀해주신다면.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도정을 이끌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능력이 특출난 리더라도 다수의 지혜에는 미치지 못하기 마련이다. 저는 소통이야말로 도정의 시작이자 끝이라 믿는다. '통하는 충남 준비위원회'를 통해 권역별 타운홀 미팅과 실국 업무보고 생중계, 온라인 소통창구를 운영하는 것도 도민의 목소리를 더 넓고 크게 수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통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큰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작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것, 갈등의 현장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것이 제가 지키려는 자세다.
또 하나, 저는 정치도 행정도 '이어달리기'라고 믿는다. 전임자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없애는 것은 도정의 연속성을 해친다. 좋은 것은 이어가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는 것, 그렇게 통하는 충남의 역사를 도민 여러분과 함께 써 내려가겠다.
▲마지막으로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번 저를 믿고 선택해 주신 220만 도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를 지지하신 분도, 지지하지 않으신 분도 모두 제가 섬겨야 할 충남의 주인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저의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화려한 구호보다 도민의 삶을 바꾸는 변화로 보답하겠다. 일자리와 민생, 복지와 돌봄, 그리고 농·어촌의 어려움까지 도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증명하겠다.
설계한 사람이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겠다. '복지 충남'과 '힘쎈 충남' 위에 '새로운 충남'을 더해, 수도권에 의존하지 않고도 당당히 미래를 여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남'을 만들겠습니다. 도민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 늘 곁에서 묻고, 듣고, 일하는 도지사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대담=최재헌 내포본부장·정리=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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