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이 섬진강으로 합쳐지는 피아골. 여름 초입이 되면 이 일대 사람들은 물속으로 뛰어든다. 은어를 잡기 위해서다.
은어는 '수중군자(水中君子)'라는 별칭을 가진 민물고기다. 제1급수에서만 서식하며, 오염된 하천에는 살지 않는다. 강에서 부화해 바다로 내려갔다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은어가 올라오는 하천은 섬진강, 경호강을 비롯한 남해안 일부 하천에 국한되며, 한강과 낙동강의 은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맑은 물이 줄어든 탓이다.
특히 6월 은어는 '버들은어'라고도 불린다.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올라 있는 데다 뼈가 물렁해 씹기 좋은 시기다. 맑은 물에서 돌에 붙은 이끼를 긁어 먹고 자라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고, 수박을 닮은 은은한 향이 난다. 단백질과 칼슘, 칼륨이 풍부하며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제격인 식재료다.
■ 눈으로 보고 순간에 낚아채는 걸갱이낚시
잡는 방법도 독특하다. 구례·하동 일대에서는 '걸갱이낚시'라는 전통 방식이 전해진다. 낚싯대를 던져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다. 물안경을 쓰고 얕은 여울에 직접 들어가 은어를 눈으로 찾아낸 뒤, 낚싯대에 매단 바늘로 몸통 아래를 걸어 올리는 방법이다. 은어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습성을 역으로 이용해 물살 아래로 쫓으면서 잡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동네 어른을 따라 물에 들어가며 익힌 기술이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은어 한 마리를 건져 올리려면 물살의 속도, 돌 사이 지형, 고기의 움직임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 발로 돌을 차며 접근하다 발바닥이 까지는 일도 예사다. 오랜 시간 몸으로 쌓아야 하는 기술이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고, 그만큼 더 귀하게 여겨진다.
■ 뼈째 고아낸 은어곰탕, 예부터 귀한 손님 밥상에 올랐다
손질한 은어는 버릴 부위가 없다. 살은 얇게 썰어 식초에 잠깐 재운 뒤 양파, 오이, 당근과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리면 은어회무침이 된다. 식초가 살을 한 번 코팅해줘 식감이 더 탱탱해진다. 껍질은 바삭하게 튀겨내면 술안주나 아이들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숯불에 올릴 때는 지느러미와 꼬리에 소금을 넉넉히 발라야 타지 않고 살이 천천히 익으며 향이 배어든다.
섬진강 일대 토박이들은 귀한 손님이 오는 날 은어곰탕을 끓였다. 은어를 통째로 들기름에 볶은 뒤 오래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20마리 이상은 들어가야 제대로 된 국물을 낼 수 있어 예부터 함부로 만들지 못했다. 고단백에 오메가3까지 함유한 보양식으로, 고기 한 번 먹기 힘들던 시절 이 탕 한 그릇이 여름 더위를 버티게 해줬다. 국물을 다 마신 뒤에는 걸러낸 뼈를 빼고 채소를 넣어 죽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전통 방식이다.
은어는 보관이 까다로운 생선이다. 잡은 직후부터 빠르게 살이 물러지기 때문에 구입 즉시 손질해 먹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은어는 산지 인근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섬진강 일대에서는 6월 초부터 은어가 올라오기 시작해 9~10월 산란기 전까지가 제철이며, 이 시기를 놓치면 이듬해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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