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수소 항공기 상용화를 위한 기술 검증이 이어지면서 수소 공급망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액화수소 운송 인프라가 수소 항공기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을 확보한 K조선이 주목받고 있다.
◇ 수소 추진 기술 검증 확대···항공 탈탄소 경쟁 본격화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소를 차세대 항공 연료로 주목하는 움직임이 항공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항공기 엔진제작사 롤스로이스와 저비용항공사 이지젯은 지난 4월 29일, 미국 미시시피주 나사(NASA) 스테니스 우주센터에서 100%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 항공기 엔진의 지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양사에 따르면 개조된 ‘펄(Pearl) 15’ 엔진은 수소 연료만으로 이륙 출력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시험은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이 기존 항공유 대신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공연료 후보로 꼽힌다.
수소 항공기 개발에서는 에어버스가 대표적이다. 에어버스는 2030년대 중반 수소 동력 항공기 상용화를 목표로 ‘제로e(ZERO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지난해 3월 열린 ‘에어버스 서밋 2025’에서 수소 연료전지 기반 추진 시스템과 액화수소 저장·공급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특히 연료전지 스택과 전기모터, 열관리 시스템 등을 통합한 시험을 진행하며 수소 항공기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 항공기 실증은 에어버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수소 항공 스타트업 제로에비아(ZeroAvia)는 19인승급 항공기에 수소 연료전지를 장착한 시험비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 각국도 2030년대 친환경 항공기 도입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친환경 항공유(SAF) 생산량은 약 240만톤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항공연료 소비량의 0.8% 수준에 불과하다. IATA는 2050년 항공산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SAF가 전체 감축분의 약 65%를 담당해야 하지만, 현재 생산 규모는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영하 253도 운송 과제···공급망 구축이 핵심
수소 항공기가 상용 노선에 투입되려면 공항에서 항공사에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는 수소 생산과 액화, 저장뿐 아니라 장거리 대량 운송을 위한 해상 물류 체계도 포함된다.
향후 항공용 수소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지와 공항을 연결하는 운송망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유럽 수소 관련 정책 자료 등에 따르면 유럽은 향후 청정수소 수요의 일부를 역외 생산지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항공용 수소 공급 역시 대규모 수요가 형성될 경우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장거리 운송망 구축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기체 상태의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거리·대량 운송에 비효율적이다. 이를 영하 253도까지 냉각해 액화하면 부피가 약 8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동일한 선박에 훨씬 더 많은 수소를 실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액화수소는 극저온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게 저장·운송해야 해 선체와 화물창, 배관에 사용되는 소재와 구조물의 성능이 중요하다. 극저온 환경에서 금속이 깨지기 쉬워지는 현상과 수소가 재료 내부로 침투해 강도를 떨어뜨리는 현상 모두를 제어해야 한다. 여기에 수소 특유의 높은 가연성과 누출 위험, 국제 안전 규정까지 충족해야 한다.
현재 상업 운항에 투입된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은 아직 없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2021년 세계 최초의 1250㎥급 액화수소 실증선 '수이소 프론티어'를 건조해 호주-일본 간 실증 운항을 진행한 것이 대표 사례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올해 1월에도 4만㎥급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2031년 3월까지 해상 실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이 실증 운항 경험에서는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은 대형 상업선 설계와 멤브레인형 화물창 기술, 국제 규범 반영 측면에서 강점을 확보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대형 운반선 인증 경쟁···K조선 존재감 부각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시장을 주도하며 축적한 극저온 운송 경험을 바탕으로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액화수소 운반선 초격차 선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운반 실증선을 건조하고, 2040년에는 16만㎥급 상업용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국제 선급 인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2024년 8만㎥급 전기추진 액화수소 운반선에 대한 기본승인(AIP)을 획득했다. 특히 8만㎥급은 현재 공개된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설계 가운데 상업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대형급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선에서 축적한 멤브레인형 화물창 기술을 액화수소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021년 10월 16만㎥급 액화수소 운반선 개념설계에 대한 기본승인을 획득한 데 이어, 2024년 10월에는 2000㎥급 액화수소 화물창 실증 성과를 공개하는 등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에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국제 안전기준과 인증 확보도 중요하다. 실제 상업 운항을 위해서는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설계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도 지난달 13~22일 열린 ‘제111차 해사안전위원회(MSC111)’에서 수소 연료 선박 관련 잠정 안전지침을 승인한 데 이어, 액화수소 산적 운송 관련 국제규정 개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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