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어온 굽네치킨이 기존 가맹점주협의회가 있는데도 본사 주도의 신규 협의체를 만들기로 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존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가 갈등 해결 대신 별도의 우호 단체를 만들어 기존 협의회의 대표성과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본사는 가맹점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현장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본사와 점주 간 신뢰 훼손이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가 결국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8일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굽네치킨 본사는 지난 2일 가맹점 관리시스템(POS)을 통해 별도의 가맹점 대표자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모집 기간은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였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100명 규모의 새로운 가맹점주 단체를 구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굽네치킨 본사는 이번 신규 협의체 구성에 대해 가맹점과의 정책 공유를 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다양한 방식의 소통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장 만족도와 본사 정책 간 인식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해 새로운 소통 채널을 구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 점주협의회는 이를 사실상의 '대항 조직' 구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점주협의회는 지난 2023년 9월 출범 이후 본사와 다양한 현안을 두고 협의를 이어오면서 본사와 갈등을 겪었다. 이에 본사의 신규 협의체 구성은 기존 가맹점주 단체의 대표성과 결속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피세준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가맹점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음에도 가맹본부가 직접 점주 대표자를 모집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는 것은 가맹점주단체의 구성과 활동을 보장하는 가맹사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며 "결국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통제하고 기존 단체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협의체 구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은 그간 주요 경영 현안을 둘러싸고 꾸준히 발생해왔다.
지난해에는 창업주 일가를 둘러싼 사익 편취 의혹까지 제기되며 갈등이 더욱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굽네치킨 운영사인 지앤푸드는 계열사인 계육 도소매·제조업체 크레치코에 원료육 독점 납품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앤푸드는 창업주 홍경호 회장 일가가 9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크레치코는 홍 회장의 친형인 홍철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회사다.
현재 크레치코의 지분은 홍원섭 씨가 50%, 홍지원 씨와 홍경원 씨가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점주협의회는 이러한 구조가 특수관계인에게 일감을 집중시키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크레치코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65억원으로 2020년 17억원 대비 65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순살 메뉴 중량 조정 문제까지 불거졌다. 점주협의회에 따르면 본사는 지난달 순살 제품 중량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 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중량 축소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닭다리살을 사용하는 순살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은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줄어들었다.
본사는 계육 수급 불안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점주들은 소비자 체감 품질 저하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점주협의회 측은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본사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통보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상생의 출발은 대표성 존중"…소비자 피해 우려까지 확산
가맹점주 단체들 사이에선 이번 굽네치킨 사태가 단순한 내부갈등을 넘어 현행 가맹사업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는 종속 관계도, 대립 관계도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하는 경제적 공동운명체다"며 "진정한 상생은 가맹점주단체의 자주성과 대표성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협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굽네치킨 사례는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단체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본사가 신규 단체 구성을 추진하기보다 기존의 자주적인 가맹점주협의회와 진정성 있는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사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점주들과의 충분한 협의보다 일방적인 추진을 우선시할 경우 메뉴 품질 저하나 서비스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브랜드를 신뢰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권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맹사업은 본사와 점주 간 신뢰가 핵심인데 갈등이 지속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도 장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소모적인 대립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협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굽네치킨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협의의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제도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보다 체계적인 소통 구조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가맹점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의견 수렴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활동 중인 가맹점주 단체 역시 중요한 소통 창구로 존중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며 "이번 추진은 특정 단체를 배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과 상생 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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