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국민참여위원장은 18일 서울특별시교육청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국교위와 서울시교육청 공동 주관 토론회에서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중장기 교육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미국 MIT 대학의 에세이 작성 실험 보고서를 인용하며, AI를 활용해 글을 쓴 학생 그룹이 스스로 두뇌를 사용한 그룹에 비해 뇌의 연결망이 현저히 약화되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한 기억력도 크게 떨어졌다는 실증적 데이터를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이를 "인간이 판단과 사유의 과정을 AI 알고리즘에 맡겨버리는 '사고의 외주화'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AI가 주는 정보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할수록 인간 본연의 자율적 판단력과 비판적 사유 역량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 위원장은 "이러한 인지 위축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건전한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만 반복 추천해 '확증 편향'을 심화시키는 것처럼, 자율적 비판 능력을 상실한 시민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소통 불능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맞이하게 된다는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은행에서 작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AI 등장 이후 30대 이상의 숙련된 일자리는 유지되거나 늘어난 반면, 학교를 막 졸업하고 사회에 진입하는 29세 이하 청년층의 미숙련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AI 시대에선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직업을 구하던 전통적인 연결 구조가 완전히 깨어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제 대학 졸업장이나 학점만으로 한 사람의 역량을 인증하고 평가하는 시대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단언했다. 그 대표적인 징후로 국내 최고 기업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모든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철폐하고, 실제 '직무 역량'만을 기준으로 인재를 뽑기 시작한 파격적인 변화를 꼽았다.
대학 전공 지식의 수명이 극도로 짧아지고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는 초·중·고와 대학으로 이어지는 정규 교육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AI가 압도적으로 잘하는 영역을 붙잡고 매달리는 현행 고교 내신과 대학입시 제도는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인간과 AI의 학습이 무엇이 다르고 인간의 진정한 '앎'은 어디서 오는지 교육의 개념부터 재정의해야 한다"며 정규 학교의 이력을 넘어 평생에 걸친 다양한 학습 경험과 직무 자격증을 개인이 스스로 통합 관리하고 사회적으로 인증받는 새로운 국가적 역량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이 흔들리는 폐해를 막기 위해 출범한 국교위가 현재 '2028~2037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오는 22일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 지도를 그리는 사회적 합의에 온 국민이 지혜를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참여위원과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학생, 학부모, 교원,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광호 위원장 발표 이후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학생·학부모·교원·시민을 대표한 6인 토크콘서트와 소그룹 토론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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