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저분도 작품인가요?”...국현미,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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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현장] “저분도 작품인가요?”...국현미,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개막

투데이신문 2026-06-18 17:30: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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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1970~90년대 한국 현대미술에서 나타난 ‘시각’에서 ‘언어와 개념’으로의 전환을 조명한다. ©투데이신문
오는 1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1970~90년대 한국 현대미술에서 나타난 ‘시각’에서 ‘언어와 개념’으로의 전환을 조명한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미)이 데미안 허스트 전시로 큰 주목을 받은 가운데, 한국 현대미술에서 ‘시각’을 ‘언어와 개념’으로의 전환을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국현미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현미 서울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개최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오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작가 28명의 회화·사진·영상·오브제·퍼포먼스 등 작품 14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됐다.

직관적인 이미지 감상에 익숙한 관람객에게 이번 전시는 다소 낯설 수 있다. ‘개념미술’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작품의 외형보다 그 안에 담긴 아이디어와 사고의 구조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현미가 처음으로 개념미술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성희 국현미 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에 대해 “대중적인 전시라기보다 관람객에게도 공부가 필요한 전시”라면서도 “이번 전시는 한국 개념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그 범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에 미술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가 한국 개념미술의 역사와 동시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국 현대미술 담론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전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를 기념해 18일 오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희 관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전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를 기념해 18일 오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희 관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개념미술은 작품의 외형이나 물질적 결과보다 작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중시하는 미술이다. 1960년대 중반 서구 미술계에서 등장한 이 흐름은 시각 중심의 모더니즘 미술에서 배제됐던 ‘말’과 ‘언어’를 다시 미술의 영역으로 호출하며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전시는 이를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다시 읽는다. 한국의 개념미술은 물질성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작품을 순수한 언어 체계로 환원하기보다, 언어와 개념을 통한 사고와 재료·형태의 물질적 조건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전시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개념미술의 특수성과 동시대성을 살핀다.

전시 제목 역시 눈길을 끈다.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에는 ‘이다’와 ‘아니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작품마다 펼쳐지는 한국 개념미술의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층위를 열어두려는 기획 의도가 반영됐다. 그동안 ‘개념미술’, ‘개념적 미술’, ‘개념주의’ 등이 혼용돼 온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 속에서 무엇을 개념미술로 부를 수 있는지, 또 그 경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셈이다.

전시는 ‘언어·논리·행위’, ‘사물과 언어’, ‘지도와 측정’, ‘기호의 조정자들’ 등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먼저 개념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행위’에 주목한다. 1970~90년대 신체 행위와 언어, 논리를 결합해 미술을 감각적 재현이 아닌 사유의 구조로 전환하고자 했던 이건용, 김용민, 성능경, 윤진섭 등 ‘Space & Time 조형미술학회’(이하 ST) 작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살핀다. 특히 김용민 아카이브가 최초 공개되고 윤진섭의 1977년작 <어법>  일부가 약 50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김홍석 작가의 <하나이자 셋인 친구>는 실제 인물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작업으로 사전적 정의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친구’라는 관계의 의미를 질문한다. ©투데이신문<br>
김홍석 작가의 <하나이자 셋인 친구> 는 실제 인물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작업으로 사전적 정의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친구’라는 관계의 의미를 질문한다. ©투데이신문

이후 전시는 ‘언어는 사물의 의미를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안규철, 박이소, 김범, 정서영 등의 작업을 통해 사물의 본래 기능과 관습적 의미가 어떻게 비틀리고 흔들리는지 보여준다. 1972년 첫 공개 이후 54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김순기 작가의 <침묵-편지>  역시 비워진 언어가 오히려 더 많은 의미의 가능성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친구’라는 개념을 전환해 실제 인물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작업도 이목을 끈다. 김홍석의 <하나이자 셋인 친구> 는 조셉 코수스의 대표작 <하나이자 셋인 의자> 를 ‘친구’라는 개념으로 치환한 작업으로 실제 인물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관계의 의미와 언어의 한계를 드러낸다.

18일 오전 배명지 학예연구사가 오인환 작가의 <이름 프로젝트: 당신을 찾습니다>의 작품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18일 오전 배명지 학예연구사가 오인환 작가의 <이름 프로젝트: 당신을 찾습니다> 의 작품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시 후반부에는 지도, 계량기, 시계 등 세계를 질서화했던 체계를 의심하는 작업들이 이어진다. 성능경, 김차섭, 박이소, 오인환, 이건용 등의 작업을 통해 시간과 단위가 신체와 감각,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신문, 광고, 잡지 등으로 확장돼 기존 이미지와 문장, 이름, 제도적 장치를 다른 맥락에 놓으며 그 이면에 작동하는 권위와 구조를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오인환 작가의 <이름 프로젝트: 당신을 찾습니다> 이 있다. 이 작업은 전시 기간 중 작가가 선별한 흔한 이름 약 20개를 호명하고 해당 이름을 가진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이름이라는 기호가 개인을 어떻게 지칭하고 인식하게 만드는지 또 그 기호가 실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해외 순회 가능성을 두고 국제 미술관들과도 네트워킹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국 실험미술 전시가 해외에서 주목받은 흐름을 잇는 후속 프로젝트로, 한국 개념미술의 역사와 특수성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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