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본점 역사관의 마지막 동선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 중소기업 지원 기록과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다'는 우산론, 독일·미국 차관을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 자료 전시를 지나면 혁신관과 비전관이 이어진다.
혁신관에는 금융권 최초의 혁신 사례와 함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글로벌 네트워크, 디지털 금융 혁신 사례가 소개돼 있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25년 CES에서 처음 선보인 IBK 홍보관에 "내일의 거인을 키운다"는 문구를 내걸고 중소기업과 창공 기업들이 미래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역사관 관계자는 "과거 60여 년이 중소기업 발전을 지원한 역사였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 발전을 이끄는 역사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받쳐주던 정책금융서 혁신 이끄는 '생산적 금융'으로"
서경란 IBK경제연구소장은 기업은행의 미래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생산적 금융'을 꼽았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들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고환율과 경기 둔화, 물가 부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자동화, 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와 사업 전환이 필요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커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 최고경영자(CEO) 고령화에 따른 승계 문제도 중소기업들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 소장은 "경제 환경이 변하는 시점에 기업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며 "기업이 어떤 자금 방식을 원하든 기업은행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책금융이 기업을 '받쳐주는'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장 행장은 지난 5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고 그 전환의 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며 "기업은행은 첨단·혁신산업에 대한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해 국가 전략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에 자금 공급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지방 이전을 지원함으로써 금융 소외지역이 없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끌겠다"며 "변화를 선도하는 금융으로 생산적 금융의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이미 은행권 최대 수준의 모험자본 공급에 나서고 있다. 최근 3년간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했으며 향후 3년간 3조5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 소장은 "중소·벤처기업 투자는 대출보다 위험이 크지만 기업은행은 65년간 중소기업 금융을 수행하며 축적한 선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력이 있고 혁신의 기운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기업은행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 "창업에서 상장까지"...'전 생애주기' 금융 생태계 짠다
기업은행의 미래 전략은 단순히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관 혁신관에는 금융권 최초의 순간들과 함께 IBK창공, 글로벌 네트워크, 디지털 혁신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과거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창업과 성장, 투자, 상장까지 기업 생애주기 전반을 지원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사례가 IBK창공이다. 기업은행은 창업기업에 공간과 교육, 멘토링, 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도 같은 맥락이다. 서 소장은 현재 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코스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이 상장을 낯설고 어려운 과정으로 인식하는 만큼 기업은행이 상장 가능 기업을 발굴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면 IBK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를 지원하고 상장 이후에는 리서치센터가 기업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의 투자는 민간 투자 유치의 마중물 역할도 하고 있다. 서 소장은 "기업은행이 먼저 투자한 기업에는 민간 후속 투자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은행의 투자 결정 자체가 시장에서 일종의 인증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도 미래 전략의 한 축이다. 역사관 혁신관에는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하남 데이터센터 이전, 공공 마이데이터 사업 등 기업은행의 디지털 혁신 사례가 소개돼 있다. 일본과 해외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한국의 디지털 행정과 금융 혁신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기업은행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관 마지막 공간인 비전관에서는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함께 대한민국의 내일을 키워갑니다"라는 메시지가 영상으로 흐른다. 산업화 시기 중소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던 은행에서 혁신기업의 투자자이자 성장 파트너로. 기업은행은 65년간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 경험 위에 투자와 혁신,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하며 중소기업 금융의 다음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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