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종속 막고 데이터 규제 풀어야”…피지컬 AI 시대, ‘한국형 해자’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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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종속 막고 데이터 규제 풀어야”…피지컬 AI 시대, ‘한국형 해자’ 구축 시급

이데일리 2026-06-18 15:19: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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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생성형 AI가 사이버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이 독자적인 데이터·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엔비디아(NVIDIA), AWS 등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핵심 기술 주도권을 잃고 공급망 하위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려대학교 미래성장연구원(원장 김동수)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클럽에서 이데일리 후원으로 ‘2026 AX 전략포럼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성엽 AX전략포럼 위원장, 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해 피지컬 AI 시대의 기회와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피지컬 AI 경쟁의 핵심은 AI 모델이나 로봇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확보와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멀티 에이전트 시대…“기술보다 거버넌스 경쟁”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송창종 팀장은 “AI 발전의 주 무대가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피지컬 AI는 국가 경쟁력과 산업 생존을 좌우할 차세대 프론티어”라며, 3년 내 독자 로봇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앞당기려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다수의 AI가 동시에 현실 공간에서 협력·경쟁하는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환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조영임 가천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이미 지난해부터 피지컬 AI 위험성과 표준화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 못지않게 거버넌스와 국제 표준 선점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간 충돌, 자원 경쟁, 정보 비대칭에 따른 의사결정 왜곡 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으며 “멀티 에이전트 환경에서는 예상치 못한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AWS 의존 심화…한국형 플랫폼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특히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플랫폼 종속 문제를 우려했다.

배성준 네이버클라우드 전무는 “피지컬 AI 경쟁은 결국 데이터와 플랫폼 경쟁”이라며 “누가 더 강력한 데이터 순환 구조를 구축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제조기업 상당수가 엔비디아와 AWS 기반 환경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국내 기업들이 단순 하드웨어 OEM이나 SI 사업자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배 전무는 “글로벌 생태계를 활용하되 제조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한국형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로봇기업 65%, 매출 10억원 미만”

산업 현장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기획사업본부장은 “국내 로봇·AI 관련 기업 약 2500개 가운데 98%가 중소기업이고, 이 중 65%는 연매출 10억원 미만”이라며 “미국식 민간 주도 모델이나 중국식 대규모 투자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열풍에만 집중하기보다 한국 제조업이 강점을 가진 산업용 로봇, 국방, 보안, 첨단 제조 분야 솔루션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민간 데이터 공유를 유도할 실질적인 인센티브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데이터 부족이 최대 걸림돌”

현장에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데이터 확보 문제를 가장 큰 난제로 꼽았다.

장준현 투모로 로보틱스 부대표는 “피지컬 AI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대기업 보안 규정 때문에 공장 내 영상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할 수 없어 학습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원본 데이터를 외부에 내보내지 않고 AI 모델의 가중치(Weight)만 공유하는 방식과 합성데이터 활용 확대를 제안했다. 또한 데이터를 제공한 기업에 정부 GPU 사용 우선권을 부여하는 ‘데이터 크레딧’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지컬 AI 성공,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관건”

이날 행사에서는 피지컬 AI 경쟁력이 단순한 모델 성능이 아니라 운영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피드백 루프’ 구축에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민대기 이화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는 “피지컬 AI 시장은 개방형 생태계, 플랫폼 지배형, 솔루션형, 통합운영형 등 다양한 시나리오로 발전할 수 있다”며 “결국 데이터를 축적하고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플랫폼이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성엽 AX전략포럼 위원장은 “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전환점에 서 있다”며 “피지컬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보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2030 AI·디지털 전환 선도국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GPU 확보나 AI 모델 개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 산업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 완화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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