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윤의 디깅 #32] 현대미술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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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윤의 디깅 #32] 현대미술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문화매거진 2026-06-18 15:01: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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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 과정 이미지를 첨부한다 / 사진: 전세윤 제공
▲ 작업 과정 이미지를 첨부한다 / 사진: 전세윤 제공


[문화매거진=전세윤 작가] “미술 담론장 안에서 특별히 작동하는 것이 있다. 물론 이것이 진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담론장 안에서 말이 현재 동시대에서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내가 ‘디깅 #8’을 시작하며 기재한 문장 중 일부다. 이번에 다룰 주제도 이 문장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나는 미대생이기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에 세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누군가가 “현대미술적이다~ 현대미술이다~”라고 말하면 형용할 수 없는 생리적 거부감을 느끼며 속이 뒤틀릴 것만 같아지고 말았다. 미술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현대미술’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가. ‘모던 Modern(이게 우리가 대개 말하는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 Post-modernism’, ‘컨템포러리 아트 Contemoirary Art (동시대미술)’라고 나눠서 말하는 것이 이론상 적절하다. 단순히 잘난 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던’을 볼 때는 조형적 완성도나 매체의 순수성을 찾게 되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볼 때는 어떤 권위를 해체하고 무엇을 차용했는지를 읽어야 하며, ‘컨템포러리 아트’를 볼 때에는 현재, 혹은 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사전적 정의는
● 모던(Modern):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대상의 재현을 거부하고 순수성과 형식에 집중했던 시기. 캔버스의 평면성을 고민하던 이 시기의 예술은 이제 고전이 되었다. 20세기에 전개된 새로운 경향의 미술. 입체파, 미래파, 표현주의, 구성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여러 가지 유파를 포함한다.

●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60년대 이후, 모더니즘의 권위에 반기를 들며 경계를 허물었던 흐름. 모더니즘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비판적 반작용으로, 비역사성, 비정치성, 주변적인 것의 부상, 주체 및 경계의 해체, 탈장르화 등의 특성을 갖는 예술상의 경향과 태도를 뜻한다.

●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 지금 바로 여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질문한다. 1950년대 이후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미술을 말한다.


또한 과거의 -ism 이즘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 과거의 이즘은 대개 특정 매체나 형식과 결합되어 있었다. (ex. 추상표현주의-회화) 그러나 지금은 회화와 영상, 조각과 데이터, 퍼포먼스와 그 무언가가 한데 뒤섞인다. 매체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형식을 규정하던 -ism이즘의 중요도가 하락했다. 이제는 무엇을 사용했는지보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ism이즘이 부재하는 이유는 ‘선언 Manifesto’의 부재가 이유이기도 하다. ‘디깅 #3’에서 말했던 다다이즘을 예시로 들면 제1차 세계대전 뒤에 다다이즘의 격렬한 파괴 운동을 수정하여 발전시킨 예술 운동으로, 1924년 초현실주의를 창립한 앙드레 브르통이 ‘초현실주의 선언문(Manifeste Du Surrealisme)’으로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미술가들이 선언문을 발표하며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들은 사그라들었다. 집단적 운동으로서의 이즘은 더 이상 없고, 개별적이고 파편화된 태도들이 각자 작가들에게 남아있다. 

이제 ‘어떤 이즘에 속하는가’라는 낡은 질문을 보내주고 그 자리에 작업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언어는 사고의 해상도를 결정한다. 우리가 용어를 어쩌면 결벽스럽게 나누는 이유는 더 예술에 닿기 위해서다. 모더니즘의 문법으로 쓰인 시를 포스트 모더니즘의 잣대로 비판하거나, 동시대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작업을 그저 ‘현대(Modern)’라는 이미 100년 전부터 시작된 하나의 역사적 양식으로 치부하지 않는다면 사고의 해상도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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