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서울대병원이 지역·필수의료를 총괄하는 국가 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전환을 추진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히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진료 역량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개발과 의료 표준 확산까지 맡는 국가 의료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건강의 최후의 보루로서 대한민국 의료 표준과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미래의학의 기준이 되는 세계 초일류 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백 원장은 이를 위해 국가 책임 의료를 비롯한 미래 혁신, 학문적 통합, 거버넌스 혁신, 조직 문화 등 5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필수의료 완결 △지능형 연결 의료 △세계 미래의학의 기준 확립 △가치 중심 공동체 구축을 4대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가장 큰 변화는 서울대병원의 역할을 개별 병원이 아닌 국가 의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설정한 점이다. 서울대병원과 국립대병원, 공공의료기관,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연결하는 ‘One-Hospital’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백 원장은 “서울대병원이 모든 환자를 직접 치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서울대병원이 개발한 진료체계와 디지털 전환 모델을 지역 국립대병원으로 확산시키고, 지방에서도 서울대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의료현장에서 검증한 제도를 정부에 제안하고, 정부 정책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시험·보완하는 정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AI 기반 의료체계 구축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병원은 원내 의료 AI 플랫폼 ‘SNUH.AI’를 구축하고 진료 전 과정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퇴원 이후에도 의료와 돌봄이 이어지는 ‘Digital Hospital at Home’ 모델을 도입해 병원 밖까지 의료 서비스를 연결하는 지능형 연결 의료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백 원장은 “환자가 AI 도입에 따른 변화를 직접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의료진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환자 안전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질병을 예측해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하도록 안내하는 의료 환경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인력 보상체계 개선도 추진한다. 중증·응급의료에 종사하는 교수들이 연구보다 진료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수 평가와 보상 체계를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교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맞는 경력 트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며 “어렵고 힘든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방향도 제시했다. 백 원장은 “그동안 전공의를 교육 대상이라기보다 인력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3~4년에 걸쳐 교육 중심 수련체계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업도 확대한다.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병원 운영 계약 연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검진센터 컨설팅과 중동 국가의 의료진 교육 등 해외 협력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중동 사업은 지역 정세 영향으로 현재 추진이 보류된 상태다.
백 원장은 “서울대병원이 지향하는 두 축은 초고난도 의료의 경쟁력과 공공·필수의료 역할”이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 놓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재활의학과 교수인 백남종 신임 병원장은 지난 199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분당서울대병원 홍보실장, 기획조정실장, 공공의료사업단장 등을 거치며 경영 전반에 걸친 행정 역량을 쌓아왔다. 임기는 이달 13일부터 오는 2029년 5월 12일까지 총 3년이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