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벽은 높았다. JTBC가 월드컵 중계에 사활을 걸어왔으나 시청률은 뒤늦게 중계에 합류한 KBS의 승리다. 채무불이행 사태로 위태로운 상황 속 승부수로 걸었던 월드컵마저 시청률에서 뒤지며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체코 조별리그에서 대한민국이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열기가 모처럼 달아올랐다. 그러나 JTBC는 마냥 웃지는 못했다. 이날 공동 중계에 나선 KBS는 평일 오전 방송임에도 전국 가구 기준 8.5%를 기록하며 JTBC의 중계 시청률(5.6%)을 앞섰다. 국내 방송사 중 독점으로 중계권을 확보한 JTBC보다 재판매를 통해 공동 중계에 나선 KBS가 더 많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인 만큼 JTBC로서는 뼈아픈 성적표다.
JTBC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비롯해 지난 2월 개최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등 오는 2032년까지 개최되는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다. 들인 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만 약 1억2500만달러(1900억원)으로 알려졌고, 통틀어 약 5억 달러(7000억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방송가에서는 추정한다. 중계권을 선점한 뒤 지상파에 재판매해 비용을 회수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렇지만 JTBC는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부터 중계권 재판매에 실패했고, 북중미 월드컵도 지상파 3사 중 KBS에만 140억원에 재판매하는 데 그쳤다. 향후 2032년까지 이어질 중계권까지 고려하면 JTBC의 비용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KBS와 동시 중계에 나서면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당시에 불거진 ‘보편적 중계권 침해’ 논란 등 부정 이슈는 피했지만, 자사보다 KBS가 더 많은 주목받는 상황이 벌어지며 월드컵 특수에도 불구,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무리한 중계권 투자와 재판매 실패가 지금의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재무 위기에 트리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JTBC는 지난 12일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이후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기업 회생 신청을 하며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JTBC는 2019년부터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장기 영업 부진을 겪어왔다. OTT 시장이 급성장하며 TV 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현금 창출력 대비 무리한 콘텐츠 투자로 비용이 누적됐다. 여기에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까지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투자금 회수에 실패하면서, 결국 이번 사태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분석이다.
JTBC는 우선은 정상적으로 월드컵 중계 및 방송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무 위기 속에서 장기적으로 JTBC가 채널과 자사 콘텐츠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계속하던 시스템이 있고, 이미 비용을 들여 만들어 놓은 콘텐츠와 편성 예정인 프로그램들이 있어 당장 채널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텐데 인력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뉴스, 보도, 콘텐츠 등 채널의 안정적 유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JTBC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열리는 대한민국-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 중계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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