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감정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서 "어린놈의 XX가 건방지게"라고 발언해 모욕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6월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B씨에게 "야, 야, 친구냐? 어린 놈의 XX가 어디서 건방지게"라는 등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입주자 회의를 진행하려던 B씨와 그의 회장 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고, B씨가 연장자인 C씨에게 반말하자 결국 A씨가 문제의 발언을 했다.
1·2심은 A씨 발언이 모욕죄 구성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한 뒤 죄가 경미하다며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유죄는 인정하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2년)이 지나면 처벌을 사실상 면해주는(면소) 처벌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발언은 피해자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 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와 표현의 경위 등에 비춰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들었다.
나아가 "개인의 인격권으로서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조화롭게 보호돼야 한다"며 "일시적 감정의 표출에 해당하는 표현에 모욕죄의 잣대를 들이대어 최후적 수단인 국가형벌권 행사로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관용적·우발적 표현이라 해도 성별·인종·장애·성적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공격적·적대적·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하면 그 자체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 발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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