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을 보건의료의 짐으로 묘사하는 세 가지 방식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주민을 보건의료의 짐으로 묘사하는 세 가지 방식

프레시안 2026-06-18 11:29:19 신고

3줄요약

이주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건조한 진술이 긴장감을 불러오는 시대다. 통계로 보면, 2025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7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4% 수준이다. 한국이 이미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라는 뜻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주민이 노동, 유학,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주민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상당 기간 한국 사회의 과제로 남겨져 있을 테다. 미등록 이주민, 소위 '불법 체류자'의 일만이 아니다. 이주민 일반을 차별하는 제도와 언설이 사회 곳곳에서 장벽을 세운다.

보건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2024년 기준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13만 3680원으로 전체 지역가입자 평균인 8만 2186원의 1.6배에 달한다. 이처럼 이주민의 보험료가 높은 이유는 당연히 소득과 재산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산정한 보험료가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경우 평균보험료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주민은 동일 세대원 인정 범위가 내국인보다 협소해 세대 구성원 각각이 보험료를 납부하기도 하고, 보험료 체납 시 급여 중단도 더 엄격하게 시행된다. 하나하나 명백한 차별이다.

영국의 국가공영의료체계는 의료 이용을 보편적 권리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제도로 소개되곤 하지만, 역시 이주민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표적인 차별 조치가 2015년 도입된 "이민자 보건의료 부담금(Immigration Health Surcharge, 이하 IHS)"이다. IHS는 특정 비자를 신청하는 이민자에게 의료 이용을 명목으로 부과하는 연간 부담금으로, 도입 이후 빠르게 인상되어 2024년 기준 776~1035파운드(한화 약 150~210만 원)에 달한다. IHS에 대한 비판으로 이중과세, 고소득 이민자 선별, 이주민 감시 및 통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 살펴볼 연구는 IHS를 둘러싼 정책 논의에서 이주민이 어떻게 '문제'로 표상되는지 분석한 것이다(☞논문 바로가기: 정책과 의회에서 이주민은 어떻게 표상되는가: 영국 이민자 보건의료 부담금 사례). 흔히 정책은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입안되는 조치로 생각하지만, 비판적 관점에서는 반대로 정책이 현실의 문제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있다. WPR 접근은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을 분석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문제가 무엇으로 표상되는지(What's the Problem Represented to be?)" 질문하는 것이다. 연구는 WPR 접근을 채택하여 IHS 정책에서 이주민이 '문제'로 규정되는 방식과, 이러한 문제화의 전제와 효과를 분석하였다. 분석에 활용한 자료는 정책 문서와 의회 회의록이다.

연구 결과, 이주민의 의료 이용을 문제화한 첫 번째 방식은 "과도한 관대함"이었다. 영국의 의료 체계가 일시적인 이주민들에게 지나치게 후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의료 이용은 보편적 권리라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국가에 경제적으로 기여한 결과로 부여되는 자격으로 제시되었다.

문제화의 두 번째 방식은 "불공정"이다. 이는 관대함이라는 문제화와 직접 연관된다. 영국 국민과 비교할 때 이주민의 기여가 역사적으로 공정하지 않았다는 담론은 배타적인 경계를 조성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주민은 의료 체계의 부담을 초래하는 집단으로 표상되며, 그 결과는 장기간 이어진 긴축 정책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전가하는 나쁜 정치다.

세 번째 문제화의 방식은 "지속가능성"이다. 영국 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강조되었다. 이주민이 의료 체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분명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지만, 영국인들의 감정적 반응을 촉발하는 서사적 장치로 작동한다. 정치인들은 IHS가 의료 체계의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을 제시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주민을 '문제'로 표상하는 프레임들은 타당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 지점을 지적하는 대항 서사가 발견되기도 한다. 예컨대 불공정 담론에 대해서는 이중과세 문제를 옳게 제기하는가 하면, 이주민이 의료 체계로부터 받는 것보다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는 사실을 옹호하는 발언도 확인된다. 또한 IHS가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이민 통제라는 모순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을 돌보는 본연의 역할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연구진은 IHS 정책에서 이주민이 문제화되는 방식이 직접적인 의료 이용을 저해할 뿐 아니라 감시와 통제의 기제로 작동해 이주민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IHS 정책 담론에서 의료 이용이 경제적 기여를 통해 획득한 자격으로 표상될 때 모든 사람의 "건강할 권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정책에 내재한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서는 인권과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관점으로 문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기존과 다른 문제화를 통해 대항 담론을 형성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반이민 정서는 날로 격화되고 있고, 이를 부추기는 나쁜 정치가 준동한다. 차별과 배제의 언설이 분출하는 시대와 불화하고 서로의 존엄을 지키려는 이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발견해야 할까? 개인으로서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지난 6월 14일 같은 질문을 품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관련 기사: "당신은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27번째 서울퀴어퍼레이드). 서로 이질적인 주변부 존재들의 뒤섞임, 그 안에서 발생하는 공감과 연대에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지 정보

Alexander, J., MacGregor, A., Lessard-Phillips, L., Sedgley, T., & Forbat, L. (2026). The representation of migrants in policy and parliament: A Bacchian analysis of the UK's immigration health surcharge. Critical Social Policy, 46(2), 189-212.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연합뉴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