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반세기’ 군용차 역량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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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반세기’ 군용차 역량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달군다

투데이신문 2026-06-18 11:27: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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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프랑스 파리에서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에 참가해 다양한 군용 차량을 선보였다. [사진=기아]
기아가 프랑스 파리에서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에 참가해 다양한 군용 차량을 선보였다. [사진=기아]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기아가 50년 이상 특수차량을 개발·양산한 노하우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을 공략한다. 전차·자주포 등 직접적인 전투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장의 ‘발’인 군용차를 통해 K-방산의 또 다른 저력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18일 기아에 따르면 경형부터 대형까지 아우르는 특수차량 풀라인업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유럽 최대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에 참가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15일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유로사토리는 전 세계 66개국 2300여 기업이 참가해 방위산업 관련 첨단 기술과 장비 등을 선보인다. 

기아가 유로사토리를 다시 찾은 건 10년 만이다. 당시 기아는 소형전술차를 위주로 전시를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경형 타스만 군용 지휘차 ▲소형 전술차(KLTV) 2인용 카고 차량 실물 ▲차세대 중형표준차 및 대형표준차 모형 등 군용차 풀라인업을 선보였다. 소형 전술차는 최근 폴란드군의 신형 표준차량으로 선정되며 상품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군비 지출이 증가하는 만큼 적극적인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가 지난 4월 펴낸 ‘2025 세계 군사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쏟아부은 군비는 2조8870억달러(약 4371조원)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군비 증강을 이끈 건 유럽이다. 유럽의 총 군비 지출은 8640억달러(약 1308조원)로 전년 대비 14%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방위산업과 군용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사업성이 확보된다면 방산 생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폭스바겐도 유휴 공장을 방산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군비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군용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 소형전술차 K154 관측반 차량. [사진=기아]
기아 소형전술차 K154 관측반 차량. [사진=기아]

기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LIG D&A의 천궁-Ⅱ 등 K-방산 주력 무기에 비해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알고 보면 국군의 전투 수송 체계를 50년 이상 책임진 핵심 방산 기업이다.

기아는 1973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한국군 표준차를 생산하며 국군 전투력 보강에 기여했다. 최초의 표준차인 5t급 ‘K711’을 시작으로 기동성이 뛰어난 0.5t급 ‘K111’, 2.5t급 K511 표준차를 양산했다. K511은 생산 대수가 가장 많아 현역 장병과 전역자 모두에게 익숙한 차량이다. ‘육공 트럭’, ‘두돈반’ 등 다양한 별칭이 붙었다. 

기아는 1985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특수차량 전문 연구실을 설립했다. 이후 표준차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국군의 실정에 맞는 특화 모델을 개발하며 ‘한국군 독자 모델’ 시대를 열었다. 2016년 양산을 시작한 소형 전술차(KLTV), 지난해 양산에 돌입한 차세대 중형 표준차(KMTV)가 대표적 결실이다. 

표준차의 조건은 까다롭다. 어디서든 운용할 수 있는 동력 성능과 험로 주파력이 필요하고,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두꺼운 철판을 사용한다. 또한 간편한 정비와 부품 호환성이 필요하고 유지 부품 역시 15년 이상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군용차는 인포테인먼트 장비가 대부분 빠지는 대신 교신이나 레이더 장비 등이 탑재되는 등 기본적으로 상용차와 설계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기아의 경쟁력이 드러난다. 기아는 특수차량연구실을 통해 설계 단계부터 전장의 가혹한 환경을 상정하고 군용차를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의 차량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과 엔진, 변속기 등을 활용해 부품 공용화를 진행했고, 생산설비와 협력업체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민수용 차량을 기반으로 군용차를 개발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챙기는 셈이다.

물론 상용차에 비하면 군용차의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313만5803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이 중 군용차는 2900대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는 차량 개발·생산 총원가에 일정 이윤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돼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수출 시장은 다르다. 시장 원리가 반영되는 만큼 신속한 납기와 성능, 맞춤형 사양 등 수입국이 원하는 조건만 갖춘다면 비교적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 

군용차를 통해 쌓은 맞춤형 설계 역량을 상용차에 적용하기도 한다. 기아는 설계 단계부터 특정 목적을 위해 제작하는 맞춤형 교통수단 목적기반차(PBV)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출시한 PV5가 전략의 출발점이다. 

PBV 시장은 표준화된 대량 판매보다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춘 민첩한 생산 구조가 중요하다. 차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 보다는 고객마다 다른 형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는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기아의 PBV 전략은 군용차를 통해 쌓은 맞춤형 모빌리티 개발·제조 역량과 맞닿아 있다. 1970년대부터 쌓은 ‘군용차 헤리티지’가 브랜드의 미래 전략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기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50년 이상의 특수차량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군 고객을 위한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미래 군용 모빌리티의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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