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보다 까다롭다.
호주 출신 아시아쿼터 투수 라클란 웰스(29·LG 트윈스)가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고 구속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유형은 아니다. 왼손에서 시속 140㎞ 후반대의 공을 던지지만, 전형적인 구위형 투수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웰스는 올 시즌 4승 2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피안타율이 0.204,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5에 불과하다.
웰스를 상대해 본 타자들과 현장에서 바라보는 관계자들은 그의 강점으로 '디셉션(숨김 동작)'을 가장 먼저 꼽는다. 특히 투구 과정에서 함께 움직이는 오른팔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염경엽 LG 감독에 따르면 웰스는 공을 던지지 않는 오른팔이 투구 동작과 함께 크게 회전하는 유형이다. 타자 입장에서는 공이 나오는 시점(릴리스 포인트)을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다.
여기에 투구 팔인 왼손의 디셉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구속 이상의 위력을 만들어낸다. LG 포수 박동원과 이주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두 선수는 "디셉션 동작 자체가 좋고, 공을 던지는 왼팔의 타점도 높다"며 "또 공을 던지지 않는 팔까지 함께 크게 스윙하다 보니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웰스는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능숙하게 활용한다. 지난 16일 웰스를 상대한 나성범(KIA 타이거즈)은 "하이존으로 약간 공이 풀려서 밀려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스트라이크가 되더라. (스트라이크존의 좌우가 아닌 상하를 활용해) ABS를 잘 이용하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웰스는 스트라이크존 좌우보다는 상하 활용에 강점을 보인다.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로 타자들의 시선을 끌어올린 뒤 체인지업을 섞어 타이밍을 무너뜨린다. 제구(9이닝당 볼넷 2.67개) 역시 약점으로 보기 어렵다. 압도적인 구속은 없지만 디셉션과 오른팔의 독특한 움직임, 하이존 공략 능력까지 더해지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른바 '삼단 콤보'가 웰스를 리그 정상급 투수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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