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11년 동안 연기 했는데 '참교육'를 통해 저를 처음 봤다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진기주'라는 사람의 많은 부분을 보여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화제작 '참교육'에서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로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배우 진기주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참교육'은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학교를 바로잡는 교권보호국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작품으로, 공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특히 전 세계 46개국 1위, 91개국 TOP10을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진기주는 극 중 나화진(김무열 분)의 특전사 후배이자 교권보호국 소속 감독관 '임한림'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임한림'은 단정하고 반듯해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침없는 성격과 돌발 행동으로 모두의 예상을 뒤엎어 버린다.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안겨줬다.
이날 진기주는 "현재 차기작을 촬영 중이다. 현장 여기저기에서 '참교육'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많은 분이 보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나더라. 멋진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기주는 '참교육' 출연을 결정한 때를 떠올렸다. 그는 "울컥울컥 하면서 대본을 봤다. 극 자체가 피해자들을 보호해 주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특히 그들이 위안을 받고 힘을 얻으며 마무리 되는 것이 좋더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때마다 울컥울컥 했다"라며 "무엇보다 작가님 대사들이 너무 좋아서 믿음이 갔다. 홍종찬 감독님과도 꼭 작업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진기주가 열연한 '임한림'은 아픈 과거가 있다. 실제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인물의 처절한 모습을 그려낸 진기주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제일 잘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분장차에서 있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난다. 분장 실장님께서 '한림'이 맞아서 생긴 멍을 만들어 주셨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데 감정이 주체가 안 되더라. 울면서 분장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야기를 전하는 순간 진기주는 울컥 했다. 그는 "얼굴을 보면서 '한림'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더라. 진짜 고통스러웠겠다고 느꼈다"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진기주가 선보인 목소리 톤이 화제였다. 군인 출신인 '한림'을 표현하기 위해 첫 등장부터 남다른 톤과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결과적으로 인물의 특징을 잘 살리며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 줬지만, 초반에는 이와 관련해서 호불호가 있었다.
진기주는 "'한림'의 캐릭터 톤은 이성민 선배 아이디어로 시작 됐다. 그렇게 하면 인물이 입체적일 것이고 극이 더 재미있어질 거라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특전사 등 군인들의 영상을 찾아 봤다. 경험해 본 적 없는 인물을 연기해야 해서 세포 하나하나에 흡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봤다"라며 "처음엔 낯설었다. 왜 저렇게 소리를 낼까 싶었다. 계속 보다보니 훈련의 강도를 이겨내기 위해 내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됐다. 나중엔 존경스럽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진기주는 "'한림'이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가 군인이 됐다. 그 힘든 걸 견뎠을 테고 습관이 몸에 베어있을거라 여겼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진기주는 마치 돌고래 소리처럼 목소리가 뒤집히는 연기에 대해 "대본에 없었다. 자동으로 뒤집혔다. 절대 일부러 뒤집은 게 아니다. 격해질 때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액션 연기도 돋보였다. 진기주는 "액션을 제대로 한 건 '참교육'이 처음이었다. 무술 감독님께서 저를 붙잡고 집중적으로 가르쳐 주셨다"라며 "김무열 선배를 보면서 늘 감탄했다. 선배 액션에 못 미치더라도 최대한 다가갈 수 있게 해보자고 마음먹고 임했다.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고 생각하며 했다"고 말했다.
극 중 '한림'은 그 어떤 인물보다 캐릭터 정체성이 뚜렷하다. 현실에서의 진기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한림'이와 많이 안 닮은 것 같다. 일단 '한림'은 신체적 능력이 좋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 또 '한림'은 말을 뱉을 때 많은 고민을 거치지 않는다. 저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한림' 보다 조심성이 있다"고 비교했다.
함께 호흡한 김무열과 표지훈, 이성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진기주는 "4인방이 엄청 끈끈하게 나와서 만족스럽다"라며 "특히 김무열 선배는 극 중 '한림'에게 등대 같은 존재인데, 현실에서 그랬다. 중심을 잘 잡고 계셔서 할 수 있는 연기를 다 했다. 같이 촬영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다 지켜보고 계실 것 같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아우르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회마다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서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도 늘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셨다. 멋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진기주는 극 중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도 발산한다. 실제 모습을 꺼내 보였던 것일까. 그는 "사실 '나화진'(김무열)이나 최강석(이성민) 장관도 허당미가 조금씩 있지 않나. 그 분들과 호흡하면서 저절로 그런 모습이 나왔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아기처럼 말하는 장면 같은 것들을 어려웠다. 감독님이 제가 연기할 때마다 자꾸 웃으시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참교육'이 공개 된 이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과 무너진 교권의 심각성이 다시금 드러나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출연 배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진기주는 "촬영 이후 뉴스에 관련 사건이 보도될 때면 이전보다 더 깊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촬영 중간에도 기사를 발견하면 배우, 감독님들과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현실이 진짜 무섭다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또 진기주는 '체벌'에 대한 질문에는 "위험한 요소가 많은 행위인 것 같다"고 간결하게 답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학생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봤다. 진기주는 "너무 많은 자아가 충돌한다. (계도를 하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도 느껴진다"라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일 텐데, 그걸 이겨내고 위험에 닥친 분들을 구하는 사람들을 시민영웅이라고 하지 않나. 그게 당연히 맞고, 제 자아도 나서라고 하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진기주는 작품 이야기 외에 11년차 배우로서 이야기도 전했다. 특히 진기주는 남다른 과거 이력으로 늘 화제가 됐다. 대학 졸업 후, 삼성SDS IT 컨설턴트(삼성그룹 공채 52기)로 근무했으며, 어릴 때 꿈을 좇아 수습기자로 일한 경험도 있다. 또 슈퍼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는 '잘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배우 진기주로서는 과거 이력이 쑥스럽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진기주는 "좋은 기억이고 좋은 추억이다. 그립다기 보다 좋은 곳이었고, 좋은 인연이었다는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배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진기주는 "늘 멋지고 신기한 일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라며 "현장에서 연기할 때 많은 걸 느낀다. 어제도 촬영 했고, 이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촬영하러 간다. 어제의 경우, 연기하는 배우랑 포옹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렇게 온기를 주고받고, 배우끼리 에너지를 주고받을 때 이 일이 참 좋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참교육'이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 덩달아 진기주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그는 "'참교육'을 통해 저를 처음 봤다는 분들도 많더라. '진기주'라는 사람의 가장 많은 부분을 보여준 것 같다. 사실 주변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일절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제 작품인데도 안 보는 뚝심 있는 친구가 있는데 '참교육'은 다 봤다더라. 그 친구를 보면서 정말 잘 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또 많은 분들에게 저를 보여주고 있구나 싶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진기주는 내년 방송 예정인 KBS2 드라마 '슬리핑 닥터' 촬영에 한창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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