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100년만의 홍수…이런 가격폭등과 공급부족 본 적 없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애플이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에 따른 메모리·저장장치 칩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우리에게 전가되는 엄청난 인상분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쿡은 인상 시점·규모·대상 제품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의 다음 주요 제품 출시는 폴더블 아이폰을 포함한 아이폰18 라인업이 예상되는 9월이다. 맥과 아이패드는 그 이전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애플은 지난달 이미 맥 미니 시작가를 올렸다.
가격 인상의 배경은 AI 수요 폭증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아마존 등 빅테크가 지난해부터 AI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4배로 뛰었다.
리서치 업체 테크인사이트는 2027년까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17 프로 기준 D램(12GB) 원가는 39달러, 낸드(256GB)는 13달러였으나 아이폰18 프로에서는 각각 145달러, 51달러로 치솟을 것이라는 게 테크인사이트의 분석이다.
부품·제조 원가가 582달러에서 726달러로 25% 뛰는 셈으로, 아이폰17 프로(1천99달러)와 같은 수준의 마진(47%)을 유지하려면 판매가를 1천371달러로 올려야 한다.
애플의 통상적인 가격 책정 방식을 따른다면 1천299달러(약 198만원)가 될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현재 아이폰17 프로 시작가(1천99달러)보다 200달러(18%) 오른 가격이다.
쿡 CEO는 D램 공급난을 특히 문제로 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은 기기를 원하는데 공급은 줄어든 상황에서 메모리 업체들은 엄청난 가격 인상을 전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제품에 합리적인 메모리 가격과 공급이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D램 3대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주가는 최근 12개월간 800% 이상으로 폭등했다.
모건스탠리는 D램 생산능력이 2027년까지 30% 늘어나도 AI용 고부가 메모리 우선 공급으로 소비자 기기용은 수요 대비 최대 15%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스마트폰·PC 가격이 미국에서 평균 15% 오를 것으로도 예상했다.
쿡 CEO는 중국 메모리 업체와의 협력 제한 완화 가능성을 묻자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급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체 메모리 공장 건설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우리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해결책의 일부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쿡 CEO는 40년 넘게 IT 공급망에 몸담아온 경험을 언급하며 "이것은 100년 만의 홍수다. 어떤 분야에서도 이런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사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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