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 홍수기를 앞둔 현장 점검이었지만 이날 화두는 단순한 치수(治水)가 아니었다. 김 장관은 섬진강유역청 신설과 '5대강 체계' 전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섬진강 관리체계 개편 구상을 내놨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전남 광양시 배알도수변공원 등 일대를 둘러본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 크게는 4대강 체계에서 5대강 체계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섬진강은 전체 유로 연장 222.14㎞, 유역 면적 4913.22㎢ 규모의 국가하천으로 영산강(133㎞)보다 수계 길이가 훨씬 길다. 하지만 행정 관리체계상으로는 독립된 유역청 없이 영산강유역환경청 산하의 출장소 체계와 전북·영산강청 분할 관리 구조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국내 주요 하천 유로 연장은 낙동강 510㎞, 한강 490㎞, 금강 398㎞, 섬진강 222㎞, 영산강 133㎞ 순이다. 섬진강이 영산강보다 긴 국가하천임에도 독립적인 유역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만큼 관리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부터 고민해 온 문제"라며 "섬진강은 5대강 중 수변식생, 저서동물 등 생태계 건강성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가치가 높은 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생태적 가치와 수량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섬진강유역청 신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속도감 있게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역청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 간 경쟁에 대해서는 "남원, 곡성, 구례, 광양, 하동 모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며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공모를 실시하고 공정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섬진강 하구의 제첩 자원 감소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섬진강 하구는 국내 최대 재첩 서식지이자 바다와 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대표적인 '열린 하구'다. 높은 생물다양성을 자랑하지만 최근에는 수량 감소와 염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장관은 "과거에는 하구에서 제첩이 잘 잡혔지만 섬진강 수량이 줄고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서 제첩이 잡히는 지역이 점차 상류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채취량 감소로 어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한국환경정책연구원(KEI)을 통해 2023년부터 내년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김 장관은 "중간보고를 받았으며 대책을 더 체계화하겠다"며 "어민들이 평소에 염분 농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자원공사나 기후부가 지원해 재첩 씨(종패)를 뿌리는 사업까지 포함해 주민 어가 소득 유지를 위한 실질적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섬진강 정책의 가장 큰 난제로 '유역 간 물 배분 불균형'을 꼽았다. 1965년 섬진강댐이 건설된 이후 고착화된 물길의 구조적 문제다.
그는 "섬진강댐은 다른 다목적댐과 달리 농업용수 공급 비중이 85%로 매우 높은데 이 중 83%가 만경평야 등 전북 동진강 방면으로 가고 정작 섬진강 하류로 내려오는 물은 17%에 불과하다"며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물을 많이 쓰던 지역은 자기 권리라고 생각하고 하류 지역은 늘 부족함을 느끼는 일종의 '제로섬' 구조"라며 "원칙적으로는 하류 지역의 요구를 살펴 수량을 늘려주는 게 맞지만 기존 용수 이용 지역(전북)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하기에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방문 본연의 목적이었던 여름철 홍수 대책과 관련해 김 장관은 "2020년 섬진강 홍수 피해 이후 홍수조절용량을 확대하고 AI 기반 홍수예보 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며 "인명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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