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외산 빅테크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 속에서 국내 콘텐츠 산업의 자존심을 지켜온 앱마켓 원스토어가 출범 10년 만에 매각이라는 혹독한 구조조정 시험대에 올랐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자회사 원스토어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며 코스닥 상장 블록체인 게임사 넥써쓰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는 약 700억원 수준으로 SK스퀘어는 보유 지분 45.78%를 포함한 경영권 패키지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SK스퀘어는 그동안 SK쉴더스 지분 매각, 11번가 매각·지분 조정 등 비핵심 ICT 자산을 정리하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 투자 지주사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은 원스토어 매각 역시 AI 풀스택 전략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연장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SK스퀘어는 원스토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넥써쓰 역시 “협의 중인 사안은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 중이다.
▲ 1조원 기업가치에서 700억원 매각설까지
원스토어는 지난 2022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당시 1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장을 접은 뒤 실적 부진과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면서 최근 매각 협상에서는 거래 규모가 700억원 수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황순기 원스토어 노동조합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원스토어는 특정 주주의 포트폴리오 정리 대상이 아니라 국내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가 함께 구축해 온 핵심 인프라”라며 “정당한 가치 평가와 투명한 절차 없이 헐값에 매각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시장에 알려진 700억원 수준의 가격이 현실화될 경우 수년간 원스토어 상장과 성장을 전제로 스톡옵션과 우리사주 등을 보유해 온 임직원에게 사실상 손실이 전가된다는 점에서 내부 반발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원스토어 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SK스퀘어 본사(SK T타워) 앞에서 조합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매각 반대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정당한 가치 평가 △투명한 정보 공개 △조합원 고용 보장 △정당한 피해 보상 △기존 근로 조건·복지 유지 △구성원 보유 주식 재매입 보장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원스토어 사측과 모기업인 SK스퀘어가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대응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SK스퀘어, 부실 자회사 정리 속도…편법 거래 정황은 논란
사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으며 원스토어는 공식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거래를 두고 자본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금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넥써쓰의 상황을 고려해 SK스퀘어가 넥써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 대금을 대주고 넥써쓰가 이 돈으로 원스토어를 인수하는 지분 맞바꾸기(우회 자금 지원) 방식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매도자가 인수 자금을 수혈해 주며 적자 계열사를 정리하는 자중거래라는 비판이 나온다. 넥써쓰가 장현국 대표 부임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노조의 헐값 매각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선을 긋는 분위기다.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원스토어의 체력이 그리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원스토어의 2025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1703억원, 부채총계는 706억원, 자본총계는 997억원이다. 결손금은 1866억원으로 전년 늘고 자본총계는 1년 사이 67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1334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9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외 비용과 환율·관계 기업 손실 등이 겹치며 당기순손실은 757억원까지 불어났다. 앞서 2023년에도 원스토어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공격적 마케팅과 글로벌 진출 비용 탓에 영업손실 폭이 오히려 확대된 바 있다.
이 같은 적자 구조는 모회사 SK스퀘어 입장에서 밸류업을 가로막는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 원스토어와 블록체인 플랫폼의 결합…기대와 우려 공존
이번 매각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넥써쓰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크로쓰’를 기반으로 온체인 게임, 결제·커머스 인프라, 마케팅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써쓰가 원스토어를 인수할 경우 기존 앱마켓을 ‘크립토 앱마켓’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온체인 게임·NFT·토큰 이코노미를 접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블록체인 생태계와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앱마켓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키운다. 원스토어 노조뿐 아니라 원스토어에서 게임을 유통하는 개발자들 역시 앱마켓이 가상자산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원스토어가 넥써쓰에 매각되고 토큰과 코인 기반 결제 및 보상 체계가 도입될 경우 규제 리스크와 신뢰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기존 고객층이 오히려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의 재무 구조만 보면 700억원이 헐값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국산 앱마켓이라는 상징성와 통신사·네이버·게임사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를 감안하면 재무 지표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결국 얼마나 투명하게 매각 과정을 공유하고 구성원·개발사·이용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넣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직원과 노조 입장에서는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급여, 근로조건, 복지 등의 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대기업인 SK 계열사 수준의 처우를 넥써쓰에서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인력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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