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후폭풍 속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 거취를 놓고 거센 공방을 벌였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는 비당권파와 이를 막아 세우려는 당권파가 정면충돌하면서 선거 패배 수습과 쇄신 논의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애초 예고된 대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선거소청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작됐다. 장동혁 대표 측은 전국 16개 광역단체를 포괄하는 전면 소청을 주장한 반면 정점식 원내대표를 포함한 다수 의원들은 “실제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며 6∼7개 광역단체로 범위를 좁히자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를 인정한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아예 소청을 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제기하며 초반부터 격론이 오갔다.
특히 승리를 거둔 서울시장 선거까지 소청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이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당내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까지 끌어들이면 ‘선거 불복’ 프레임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긴 공방 끝에 의원들은 거수 형식의 선호도 조사를 통해 투표가 실제로 중단됐던 7곳 안팎에 대해서만 소청을 제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중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올 법했다. 장 대표측은 회의에서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의총장 안팎에서는 공개 발언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송석준 의원이 공개 발언을 신청하자 사회를 맡은 박상웅 의원이 “이제부터 비공개”라며 제지했고 이에 송 의원이 “22대 국회 들어 우리 당이 완전히 불통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최악의 모습이 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강승규 의원이 “가서 기자회견을 하라. 누가 최악이냐”고 맞받아치며 고성이 오갔다는 전언이다.
친한계 송석준 의원이 장동혁 대표 사퇴 분위기를 몰아가기 위해 공개를 요구했지만 윤석열 직계였던 강승규 의원이 막아서면서 초반부터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작심 대결이 펼쳐졌다.
선거소청 논의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는 장 대표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송석준 의원을 비롯해 이종배 윤한홍 신성범 박형수 권영진 조은희 의원 등 최소 7명 이상이 장 대표를 향해 “중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며 동조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한홍 의원은 “중요 선거에서 패하면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인 정치 관행”이라는 취지로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고 박형수 의원은 “장 대표의 영(令)이 서지 않고 있다. 무딘 칼로는 2028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직격했다. 6·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둘러싼 ‘장동혁 책임론’을 장기전이 아닌 조기 정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노골적으로 분출한 셈이다.
반면 당권파와 친지도부 인사들은 즉각 방어에 나섰다. 박대출 강승규 의원과 이진숙 의원 등은 장 대표를 엄호하며 사퇴론에 선을 그었다. 박대출 의원은 의총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장 대표 사퇴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개인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며 “지방선거와 관련한 다양한 수치를 제시해 참고해 달라고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당권파는 장 대표 사퇴 요구가 선거 결과 분석을 벗어나 계파 갈등과 차기 권력 구도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 측 핵심 보좌진의 반격도 이어졌다. 장 대표 사퇴를 공개 요구해온 개혁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를 겨냥해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은 “대안과미래 해체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안 없는 미래’로 명명하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일부 사퇴 요구 의원들을 향해 “본인 지역구에서 인기 없는 분들이 장 대표 사퇴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 본인들도 임기 4년을 채우지 말고 중간에 사퇴할 것이냐”고도 날을 세웠다. 지도부 책임론을 역으로 ‘지역구 민심 심판론’으로 치환해 압박한 셈이다.
박준태 비서실장의 대안과 미래 모임 해체 요구와 관련해 이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이성권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장동혁 대표께 요구한다. 국민의 참정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면서 대의 민주주의를 침해한 박준태 당 대표 비서실장을 당장 경질하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당이 민심에 부응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보탬이 되고자 만든 의원 모임이다”라면서 “우리 모임의 입장이 당 대표와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하여 모임의 해체를 요구하고 동료 의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차단하려는 것은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려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당장 박 비서실장을 경질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편 송석준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할 선거였는데 오히려 제대로 된 당 노선을 취하지 않은 장 대표에 대한 심판이 되고 말았다”고 직격했다. 그는 “중요 선거에서 패하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책임형 임기제의 취지”라며 “2028년 23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하려면 장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 전략 수립과 당 쇄신이 어렵다는 인식이 비당권파와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의총에선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는 공식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이후 보수 재편의 핵심 변수로 거론돼 온 한 의원의 향후 행보와 복당 여부는 장 대표 거취와는 별도의 정치 일정으로 분리된 채 당내 ‘잠복 쟁점’으로 남겨진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대세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해 필요한 최고위원 집단 사퇴 역시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책임론과 지도부 버티기가 맞부딪치는 ‘장기 난타전’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6·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제기된 당 쇄신 과제는 다시 계파 간 공방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2028년 총선을 겨냥한 노선 재정립과 인적 쇄신 논의는 또 한 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번 의총이 후폭풍 수습의 분수령이 되기보다는 결론 없는 공회전만 확인한 회의로 기록될 것이라는 비관적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보좌관은 “야당 대표가 이 정도로 선거를 망치고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는 건 전례 찾기 힘든 일”이라며 “결국 책임을 회피한 대가를 당과 지지층, 나중에는 보수 진영 전체가 나눠서 치르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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