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적게 인쇄한 것이 원인 아니었다" KBS 단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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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적게 인쇄한 것이 원인 아니었다" KBS 단독 보도

위키트리 2026-06-18 09:0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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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당시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히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정황이 제기됐다. 일부 지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기준보다 많은 물량을 인쇄했음에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이 현장 배분과 대응 체계의 부실에 있었다는 방증이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 뉴스1

KBS는 17일 단독 보도를 통해 전국 투표소의 투표용지 인쇄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공급이 이뤄진 투표소는 전국 35개 자치구 91곳에 달했다.

그동안 선관위 안팎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이른바 '50% 인쇄 지침'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KBS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35개 자치구 가운데 13곳은 선거인 수 대비 60% 이상 수준으로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기준으로 알려진 50%보다 더 많은 물량을 찍었음에도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절반가량의 지역은 지난 대선 때와 비슷하게 선거인 수의 60% 이상을 인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인쇄량 부족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BS에 따르면 선관위 관계자들은 투표용지 부족 현상 자체는 과거 선거에서도 종종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예비용지를 활용해 해결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 1명이 최대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야 해 예비용지에 번호를 부여하고 종류별로 조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처럼 임기응변식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가정한 별도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고, 돌발 상황에 대응할 인력과 공급 체계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욱 중앙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장은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예견한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진상조사 과정에서는 내부 보고 체계의 문제도 드러났다.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서울시선관위의 공식 보고가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 또 일부 투표소의 투표시간 연장 결정과 투표용지 인쇄 축소 지침 역시 노태악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사전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태가 확산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선관위 개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 선관위의 조직과 권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선관위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선관위 비상설화와 행정안전부 산하 편입 등을 포함한 개혁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감독 장치를 강화하기 위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조직 개편이나 기능 조정을 추진하려면 헌법 개정 논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투·개표를 포함한 선거관리 업무는 선관위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투·개표 업무를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기능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선관위 업무 이관론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검토되거나 협의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논의가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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