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로에 선 한국/上]GPU 넘어 로봇·클라우드까지…가속화하는 엔비디아 종속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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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로에 선 한국/上]GPU 넘어 로봇·클라우드까지…가속화하는 엔비디아 종속 딜레마

비즈니스플러스 2026-06-18 08:51: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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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산업 전반의 연산 인프라와 운영 환경을 장악하는 플랫폼 전쟁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기술 생태계의 자립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을 지배해온 엔비디아는 독점적인 GPU 공급 역량을 지렛대 삼아 AI 전 영역을 수직계열화하며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첨단 제조업과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를 갖춘 한국은 엔비디아 생태계 확장의 가장 매력적인 테스트베드이자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완성된 플랫폼을 활용해 단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가치사슬의 고수익 영역을 넘겨주고 핵심 인프라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구조적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비즈니스플러스는 기회와 종속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AI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글로벌 독점 구조 속에서도 독자적인 기술 축적과 인프라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전략과 성장 경로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이 하드웨어를 넘어 인프라와 로보틱스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 산업계가 엔비디아와의 전방위적 협력으로 단기적 성장 동력을 얻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핵심 생태계가 특정 해외 기업에 완전히 종속될 수 있다는 구조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가진 지배력은 인공지능(AI)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하드웨어 공급 역량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의 행보는 단순한 반도체 설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운영 체제를 장악하는 '인프라 플랫폼 제국'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AI 데이터센터 및 팩토리 구축의 표준 아키텍처로 자리 잡은 'DSX'를 필두로, 3차원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로봇 개발 인프라 '아이작'(Isaac), 휴머노이드 고도화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그루트'(GR00T) 등을 연이어 시장에 안착시켰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가상 공간과 물리적 로봇을 잇는 거대한 수직계열화가 완성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기 속에서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엔비디아 생태계의 가장 적극적인 파트너이자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첨단 제조 인프라와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를 동시에 보유한 한국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피지컬 AI를 시험하고 상용화하기에 최적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온디바이스 AI 및 인프라 시장의 밀착도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SK텔레콤(SKT)은 엔비디아의 DSX 플랫폼을 표준 규격으로 채택해 기가와트(GW)급 차세대 대규모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다지는 중이다. 네이버 역시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기술 협력을 긴밀히 이어가고 있다. 로보틱스 및 스마트팩토리 부문의 결합은 더욱 빠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AI 모델을 이식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LG전자와 두산그룹 등도 제조 공정과 협동로봇 제어 시스템에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자산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전방위적 협력을 두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AI 고도화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하고 현실적인 생존 전략'으로 평가한다. 글로벌 표준으로 공인된 엔비디아의 패키징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막대한 초기 인프라 연구개발(R&D)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상용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이면에 숨은 구조적 리스크도 경고한다. 가장 큰 우려는 가치사슬(Value Chain) 구조상에서 나타나는 '부가가치의 비대칭적 편중'이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 개화기 당시 한국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조립과 기구 설계에서 세계적 역량을 발휘했음에도, 막대한 고수익은 구글(안드로이드)과 애플(iOS) 등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에게 집중됐던 현상이 AI 산업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구축한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쿠다'(CUDA)는 국내 AI 생태계를 단단히 묶어두는 거대한 '잠금 효과'(Lock-in Effect)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AI 개발자 커뮤니티와 연산 라이브러리,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의 절대다수가 쿠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비용 절감이나 다변화를 목적으로 타사의 가속기나 독자적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려 해도, 소프트웨어 호환성 확보와 코드 재작성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전환 비용 장벽에 가로막히는 구조다.

한 증권사 테크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대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청사진에 맞춰 데이터센터 부지를 제공하고 고성능 로봇 하드웨어를 양산하더라도, 두뇌에 해당하는 알고리즘과 최적화 플랫폼을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현실적인 관점에서 엔비디아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차단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과 결별하는 선택은 오히려 국내 산업 전반의 AI 전환 속도를 늦춰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책골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단일 해외 기업에 연산 인프라와 개발 생태계의 명운이 완전히 귀속되는 구조는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Sovereign AI) 확보 측면에서 심각한 잠재적 뇌관이다. 국내에서 생성된 원천 데이터와 생성형 AI 모델을 자체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구동하고 고도화하는 코어 인프라의 주도권을 상실한다면 향후 독점 플랫폼 공급자의 일방적인 라이선스 가격 인상이나 정책 변경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핵심 과제는 엔비디아의 선진 생태계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하드웨어 제조 우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독자적인 데이터 지배력과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축적하는 '균형 잡힌 다변화 전략'에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오픈소스 진영과의 기술 연대를 강화하고 데이터센터 설계 기준을 개방형 아키텍처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등 선택적 자립을 위한 정책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압도적인 엔비디아 생태계의 틈새를 파고들기 위해 한국 AI 산업은 전력 효율성에 특화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중심의 추론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기술 주권 확보와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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