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뒤흔든 금리 경로…한미, 나란히 ‘인상 모드’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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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뒤흔든 금리 경로…한미, 나란히 ‘인상 모드’로 선회

뉴스로드 2026-06-18 08:08: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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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은총재/연합뉴스
신현송 한은총재/연합뉴스

[뉴스로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나란히 ‘물가 우선’ 기조를 분명히 하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금융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가운데, 그동안 인하 기대를 키웠던 통화정책 경로가 사실상 뒤집힌 셈이다.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연 3.50∼3.75%)를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표면상 동결이지만, 시장에서는 ‘매파적 동결’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물가 안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일부 반영해 여전히 2%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생산성 향상과 자본 투자는 호조를 보인다”고 평가해, 성장 여력을 근거로 긴축 기조 유지 명분도 확보했다.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위원별 향후 금리 전망)도 방향 전환을 뚜렷이 보여준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3.4%에서 3.8%로 큰 폭 상향됐다. 세부적으로 연내 0.25%포인트(p)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3명, 0.50%p 인상 5명, 0.75%p 인상 1명으로 나타났다. 동결 전망은 8명, 인하 전망은 1명에 그쳤다. 지난 3월만 해도 연내 인상 전망 위원이 1명도 없고, 인하를 점쳤던 위원이 12명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핵심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도 상향 조정됐다. 연준은 올해 말 PCE 물가 상승률을 3.6%로 예상했는데, 이는 3월 전망치(2.7%)보다 0.9%p 높은 수준이다. 물가 압력이 생각보다 더 오래, 더 강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후 첫 FOMC를 주재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책 결정문은 우리가 파악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압력보다 물가안정 목표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연준의 태도 변화로 시장에 남아 있던 조기 인하 기대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언제, 얼마나 올릴 것인가”가 새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국 역시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초입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7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0.25%p 올려 2.75%로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2.0%)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뚜렷한 반등 흐름을 타고 있는 점이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안팎, 근원물가 상승률을 2%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견조하게 늘면서 연간 2천50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도 예상된다.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더 확대될 경우 최대 3.1% 성장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성장과 물가 모두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환경이라는 판단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향후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7명인 금통위원 가운데 2명은 이미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점도표에서도 전체 21개 점 중 19개가 인상 쪽에 찍혔고, 이 가운데 2개는 현재보다 0.75%p 높은 연 3.25%를 가리켰다. 위원 다수의 시선이 ‘인상’으로 쏠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이후 연이어 공개 발언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내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런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일 한은 국제콘퍼런스 정책 대담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조정에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더욱 효과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지난 12일 한은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재확인했다. 최근 단기 유가 급락에 대해서도 “통화정책을 펼 때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밑에 깔린 중요한 흐름을 본다”며 원칙론을 제시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다음 달 인상을 단행한 뒤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유력하게 본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3.00%까지 올라가게 된다. 금리가 실제로 인상되면, 한국은 2023년 1월 13일(연 3.25→3.50%)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다.

한미가 동시에 금리 인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양국 간 금리차와 환율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2.50%, 미국은 3.50∼3.75%로, 상단 기준 1.25%p 차이가 난다. 시장 예상대로 한국이 연내 두 차례(각 0.25%p), 미국이 한 차례 인상을 단행할 경우 연말에는 격차가 1.00%p로 다소 줄어들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22년 7월 이후 이달까지 3년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22년 8월 한때 금리차가 사라졌던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장 기간이다. 이 같은 역전 상태는 외국인 자금 이탈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왔고, 원/달러 환율의 구조적 상승 압력 배경으로도 꼽힌다.

최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차 축소가 원화 약세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은 관련 부서는 한 위원의 질의에 “과거에는 환율이 미 달러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움직이면서 국내 금리 변화의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최근 호주 등의 사례를 보면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중앙은행이 올해 들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미국과의 실질·명목 금리 역전이 해소된 뒤 호주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 점을 사례로 들었다.

신 총재도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며 “금리차가 줄게 되면 원화 절하 압력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60원대에 육박했지만,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최근 1,500원 초반대로 내려왔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 속에 한미 중앙은행이 동시에 긴축 기조 강화로 방향을 튼 만큼, 앞으로의 금리 경로와 환율·자본 흐름에 미칠 파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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