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소득 인프라 지원·사회기여 보상형 바람직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농어촌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주민소득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지만 단기적 효과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 7개 군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로써 시범사업 대상은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확대됐다. 선정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모두에게 매달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사업 기간은 내년까지다.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을 통해 역내 소비를 늘림으로써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를 노린다. 주민들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외지로 나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해 지역이 사라지는 위기도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시범사업 지역 인구가 다소 늘기도 했다. 지속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지역 활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시범사업 대상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시범지역 선정 경쟁률도 높아졌다.
6·3지방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른 곳도 있다. 현직 군수가 연임을 노리고 출마한 경우 '왜 우린 기본소득을 못 받냐'거나 '왜 사업 신청을 하지도 않았냐'는 불만이 책임론으로 이어져 득표율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주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추가 소득이지만, 지방 정부는 그만한 재정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지 따질 수밖에 없다. 국비 지원분(60%)을 뺀 나머지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사업에 들이는 예산만큼 다른 사업을 못 하게 된다.
중앙 정부도 재원 마련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본예산만으로는 부족해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주식을 팔 때 거래대금의 0.15%를 원천 징수하는 농어촌특별세를 재원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절박한 소멸 위기 대응은 서둘러야 하지만, 일시적인 상품권을 지급하는 '응급 처치'보다 '자생력 키우기'에 무게를 둔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선정 평가에서부터 자체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화사업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태양광 발전 수익을 나누는 '햇빛연금'(전남 신안군)처럼 지역 특색을 살린 개발 프로젝트나, 폐기물 처리와 같은 기피시설 수용으로 사회적 갈등 해소에 기여하는 지역에 대한 수익 보상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 서로 얽힌 문제를 연계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현행대로 한다면, 인구 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69개 군을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기본소득 제도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공산이 크다. 재정자립도 20%에도 못 미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을 훨씬 넘는 상황에서 자칫 기본소득 예산 지출로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확대에 따른 비용을 전적으로 예산으로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농어촌특별세도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산업기반 시설 확충에 쓰게 돼 있어 기본소득 지원과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시행에서 불거진 상품권 사용 불편이나 부정 수급 문제 등을 개선하는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눈앞의 성과만을 좇기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 설계로 이어지도록 지역 자체 경쟁력 강화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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