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태양광 시장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핵심 원자재인 은의 국제 가격이 1년 새 90% 가까이 급등하면서 업계의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원자재 가격마저 상승하면서 태양광 업계의 경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은 가격은 17일 기준 트로이온스(t.oz)당 69.50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89.96% 상승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용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태양광 업계는 은값 급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은은 전기저항이 낮고 전도성이 뛰어나 태양광 셀 전극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가격 상승이 곧 모듈 제조원가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은 태양광 제조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시세 상승은 비용 부담 확대 요인”이라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기업들의 채산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은 TOPCon(터널산화막 패시베이션 접촉)과 HJT(헤테로접합) 셀은 기존 PERC 태양광 셀보다 은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기술 모두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은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제조원가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고효율 제품 비중이 확대될수록 은 가격 변동이 태양광 업계의 원가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업계는 이미 글로벌 공급 과잉과 패널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은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업계는 폐모듈 재활용과 소재 대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폐모듈에서 은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생산 공정의 원재료 사용 효율을 높여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재활용 사업인 ‘에코리사이클(EcoRecycle)’을 운영하며 폐모듈에서 회수한 은을 신규 모듈 생산에 재투입하고 있다. 은뿐 아니라 주요 금속 원자재도 재활용해 생산 비용 절감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규 모듈 생산 과정에서 은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은을 대체할 소재 개발도 활발하다. 특히 구리는 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적이어서 유력한 대체재로 꼽힌다.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들은 은 사용량을 최소화하거나 구리 기반 전극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기간 내 은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은 전도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 소재 대비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효율 태양광 셀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은을 대체할 상용 기술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은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 과정에서 회수한 은을 판매하고 있어 은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고려아연의 올해 1분기 은 매출은 2조20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71억원 대비 194.8%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3%에서 51.3%로 확대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은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경우 관련 사업의 수익 기여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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