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류광고 7950건 적발, 처벌은 '0건'…기업에 면죄부
음주폐해예방위원회 해체·예산삭감·WHO지표 '미흡' 판정
■목차
①아이들에게 술 권하는 사회…방치하는 복지부
②[전문가·학부모 좌담] 유튜브 OTT 술방 규제 시급
③해외사례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음주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25%는 초등학교 또는 그 이전에 처음 술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여학생의 위험음주비율(52%)은 이미 남학생(42.1%)을 앞질러 조기음주의 위협이 우리 아이들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알코올전문병원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병원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증 알코올중독환자의 연령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증상도 심각하다”며 “중학교 때 음주를 시작해 30대에 이미 심각한 중독상태로 입원하는 사례가 꽤 많다”고 현장의 심각성을 전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대응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처벌 없는 단순 권고로 책임 회피
유튜브와 OTT플랫폼을 장악한 이른바 ‘술방(음주방송)’은 음주를 유쾌한 문화로 미화하며 청소년의 경각심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상파와 달리 뉴미디어 음주콘텐츠는 폭음 장면이 연령제한 없이 그대로 노출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는 미비한 실정이다.
중앙대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정석 교수는 “아이들이 롤모델로 삼는 아이돌이나 배우 같은 셀럽이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방송 등을 통해 반복 노출되면 아이들은 자극에 둔감해지고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며 “사춘기 이전의 청소년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아 판단력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미디어가 주는 자극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 역시 “유튜브 술방은 음주를 세련되고 즐거운 것으로 반복묘사하는데 이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청소년은 알코올에 대한 경계심 자체가 무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또래문화와 미디어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학생들의 위험음주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는 최근 20·30대 여성의 고위험음주율 상승, 나아가 자살률 증가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음주방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긴 했지만 처벌조항이 없는 단순권고에 불과해 플랫폼과 창작자 모두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복지부가 권고문 하나로 책임을 다한 모양새다.
■불법광고 7950건 적발에도 처벌은 ‘0건’
주류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규제사각지대다. 국민건강증진법상 미성년자 대상이나 음주미화광고는 금지돼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불법주류광고 7950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적발 시 즉각 처벌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시정요구(게시물 삭제 등)’를 먼저 거쳐야 하는 현행법 탓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법광고로 수백만 조회수의 마케팅효과를 누리다가 적발됐을 때 내리면 그만인 셈이다.
이를 엄정히 단속할 책임이 있는 복지부는 이 제도의 허점을 수년째 방치해 왔다. 위반광고주를 법적 집행기관에 즉각 회부하는 영국(ASA)이나 주류광고 자체를 전면금지한 노르웨이 등 선진국의 실효성 있는 규제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음주폐해예방위원회 복원...콘트롤타워 역할해야
폐해가 다각화되는 동안 복지부는 거꾸로 움직였다. 복지부는 음주정책을 전담하던 ‘음주폐해예방위원회’를 해체해 타 위원회로 흡수 통합한 것. 전담 콘트롤타워가 사라지자 관련 예산은 2024년 약 13억원에서 2026년 9억7500만원으로 줄었고 주류광고 모니터링건수도 매년 뒷걸음질쳤다.
조직 내부의 칸막이행정도 문제다. ‘절주·예방’은 건강증진과가, ‘중독관리·치료’는 정신건강관리과가 담당하며 서로 다른 국으로 쪼개져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WHO의 알코올정책 종합지표를 국내에 적용한 결과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5.12점으로 ‘미흡’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신권철 교수는 “기존 방송규제 중심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OTT·유튜브·SNS 플랫폼까지 포함한 새로운 규제체계와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교육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음주예방과 중독치료를 단절된 두 영역으로 운영하는 현 구조로는 어떤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먼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중독법 수정뿐 아니라 음주폐해예방위원회를 복원해 정책설계부터 이행점검까지 전 주기를 책임지는 통합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은 탁상공론식 안내서 발간이 아니다. 콘트롤타워를 복원하고 불법광고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며 디지털 술방에 실질적인 규제의 칼을 빼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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