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중동 분쟁 여파로 치솟으면서 물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미 양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재조정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 워싱턴, 동결 결정 속 긴축 신호 강화
지난 16∼17일(현지 시각)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는 정책금리 목표 구간을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3차례 연속 인하했던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 네 번째 동결을 기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매파적 동결'로 해석된다. 정책 결정문에서 연준은 에너지 가격 등 공급 측 충격이 반영되어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여전히 초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분쟁이 야기한 불확실성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생산성과 자본 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점도표의 급격한 변화다. FOMC 위원들이 전망한 금리 수준 중간값이 기존 3.4%에서 3.8%로 크게 올랐다. 연내 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9명에 달했고, 동결 전망은 8명, 인하 전망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지난 3월만 해도 인상 전망자가 전무하고 12명이 인하를 점쳤던 것과 대비된다.
핵심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도 연말 기준 2.7%에서 3.6%로 0.9%포인트 상향됐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취임 후 첫 FOMC를 마친 기자회견에서 "파악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도 물가 안정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서울, 다음 달 인상 사실상 확정 분위기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1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 유력시된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이후에도 고공행진 중인 유가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견인하는 사상 최대 규모(연간 2,50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 전망에 더해 소비 회복세와 임금 상승도 물가 상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 근원물가가 2% 중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은 2.6%로 예상되며, 반도체 수출이 더 늘면 3.1%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금통위는 중동 정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7명의 위원 중 2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점도표에서도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인상 방향을 가리켰고, 그중 2개는 현 수준보다 0.75%포인트 높은 연 3.25%에 표시됐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4월 취임 이후 세 차례 공개석상에서 금리 인상을 예고해왔다.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물가·성장·환율·부동산 모든 측면에서 방향이 명확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일관된 관리를 천명했다. 이달 1일 국제콘퍼런스에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정책 조정에 장애물이 적어졌다고 언급했고, 12일 창립 기념사에서는 적시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날 물가 설명회에서도 목표 수준 안정까지 적극 대응하겠다며 긴축 기조를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두 차례 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다음 달 인상이 현실화되면 2023년 1월(연 3.25%→3.50%)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 된다.
◇ 양국 금리 격차 축소 여부와 환율 영향 주목
반도체 호황으로 경기 반등 궤도에 오른 한국이 미국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경우 양국 간 금리 격차 축소 가능성도 관심사다. 현재 한국 2.50%, 미국 3.50∼3.75%(상단 기준)로 1.25%포인트 차이가 나지만, 한국이 두 번, 미국이 한 번 인상하면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진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2022년 7월부터 이달까지 3년 11개월간 이어지며 사상 최장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는 외국인 자금 이탈 요인으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의 구조적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은 관련 부서는 금리차 축소가 원화 약세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환율이 달러화 움직임에 크게 좌우됐으나, 최근 호주 사례처럼 국내 금리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호주 중앙은행이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린 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해소되면서 호주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바 있다. 신 총재도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며, 격차 축소 시 원화 절하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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