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석유화학 진단] 유가 급락에도 웃지 못한 석화업계…하반기 스프레드 고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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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석유화학 진단] 유가 급락에도 웃지 못한 석화업계…하반기 스프레드 고비로

한스경제 2026-06-18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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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원유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원유 시추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타결 소식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 원가 부담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전쟁 국면에서 나타났던 래깅효과와 공급 축소 효과가 약해질 수 있는 데다 중국발 공급과잉, 범용제품 스프레드 부진, 차입 부담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서다. 하반기 석화업계 관건은 유가 하락 자체보다 제품 스프레드 회복과 NCC 구조재편 이행 속도가 될 전망이다.

▲ 美-이란 종전 협상 타결에…석화업계 셈법 ‘복잡’

최근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 협상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승인하고 해상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나프타 투입 원가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국내 NCC 업체들은 원유에서 파생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해 원료비 부담이 커지고 운전자금 압박도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낮아지고 나프타 가격이 안정되면 업체들은 단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적자가 누적된 NCC 업체들에는 원가 변동성이 낮아지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문제는 유가 하락이 곧바로 업황 회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쟁 초기에는 저가에 확보한 나프타를 뒤늦게 투입하는 래깅효과와 공급 차질에 따른 판매가격 강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이 효과로 1분기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개선됐다. 

종전협상 타결로 공급 불안이 완화되면 제품가격을 지탱하던 요인까지 함께 약해질 수 있다. 실제 주요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는 5월 이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원가가 낮아져도 제품가격이 함께 내려가면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본질적 부담은 여전히 공급과잉에 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 대규모 설비 증설이 맞물리며 범용 석유화학 제품 시황은 장기간 부진했다. 

중국 내 신규 설비가 계속 늘며 동북아 역내 물량 부담은 커졌고 국내 NCC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 모두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중동발 공급 차질은 일시적으로 수급을 조이는 변수였으나 중국발 증설 흐름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이번 종전협상이 업계에 호재이자 부담인 이유다.

롯데케미칼 재무 흐름은 이 같은 업황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케미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유지하며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올해 1분기 수익성 반등에도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재차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무 부담도 가볍지 않다. 올해 3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연결 순차입금은 8조631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8409억원보다 늘었다. 총차입금은 10조원 이상이다.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되며 비핵심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재무구조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천NCC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신평은 여천NCC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 등급을 A2-에서 A3+로 낮췄다. 여천NCC는 지난해 영업손실 2514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24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는 지난해 유상증자와 주주사 대여금 출자전환을 단행했으나 자체 채무상환 능력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다.
 
▲ 하반기 NCC 구조재편 최대 변수…“기초 체력·재무구조 개선 관건” 

하반기 국내 석유화학업계 초점은 대산·여수 NCC 재편으로 모일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 지원은 시간을 얼마간 벌어주지만 업황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업재편을 통해 중복 설비를 줄이고 손실 폭을 낮출 수는 있지만 통합법인 차입금에 대한 보증이나 자금보충, 추가 출자 부담이 뒤따를 경우 개별 기업 재무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미국-이란 종전협상 타결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분명 긍정적 신호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낮아지고 유가가 안정되면 원료비와 물류비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이에 따른 유가 급락이 석유화학 경기 회복 출발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체들이 일시적 반등이 끝난 뒤에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며 “하반기 업계 성패는 감산보다 실행력, 금융 지원보다 재무구조 개선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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